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미국 최고의 핵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이 12일(현지시각) “미국이 현재의 정책 경로를 지속하는 한 북한은 위험한 핵무기 확대를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커 박사는 이날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번 실험의 상세한 기술적 분석은 몇주동안 정리를 더 해봐야겠지만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헤커 박사는 서구 과학자로는 가장 최근인 2010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봤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올해 말까지 20개의 핵폭탄을 생산할만큼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매년 7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북한이 특정 종류의 단거리 미사일과 중거리 미사일에도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설계했고 이런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도 5~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커 박사는 2008년 여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적 후퇴와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2008년 뇌출혈, 뒤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북 강경노선에 크게 영향을 받는 환경 속에서 이루어진 북한의 권력 승계작업 등을 예로 들며, “이런 사건들이 2008년 부시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외교를 제 궤도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데 한몫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커 박사는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같은 외교의 사망, 6자회담의 종말 등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끝없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헤커 박사는 이번 핵실험은 이제 북한의 특정 핵능력이 아니라 “북한 핵무기의 엄청난 증강”이라는 차원에서 심각한 우려를 갖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태평양 지역의 미국 자산을 목표로 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이 역내 군사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으며, “북한이 전술 핵무기를 실전배치하면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재정적으로 절박한 북한의 지도부가 핵분열 물질 등을 테러단체 등 비국가행위자에게 판매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헤커 교수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 핵실험은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하는 시도나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다리는 정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재 증가나 한국에 미사일방어를 추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중국까지 더욱 협력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며 “빠진 것은 외교(적 협상)”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