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찰하기

[미 첫 대선토론]CNN 조사 "첫 TV토론, 클린턴 승리62%"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7. 20:43

[미 첫 대선토론]CNN 조사 "첫 TV토론, 클린턴 승리62%"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1차 토론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헴스테드 |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1차 토론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헴스테드 |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중국 등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얘기로 첫 대선 TV토론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뉴욕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열린 1차 TV토론에서 ‘미국의 번영’을 주제로 논의하면서 “우리 일자리가 달아나고 있다”며 멕시코, 중국을 거론했다.

■클린턴 ‘공정성’, 트럼프 ‘일자리 빼앗아가는 외국’ 거론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이날 밤 9시부터 시작된 토론에 나와 ‘미국의 방향과 번영, 안보’를 이슈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인 NBC 앵커 레스터 홀트가 던진 첫 질문은 일자리와 임금 문제였다. 빨간 정장 차림의 클린턴은 “이번 선거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어하는가, 어떤 미래를 함께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우리는 정상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경제를 좀더 공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여성들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는 것, ‘좋은 일자리’ 등을 강조했다.

 

반면 파란 넥타이에 늘 입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마이크 앞에 선 트럼프는 “일자리가 멕시코로 도망치고 있다”며 멕시코 공격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일자리를 도둑맞는 것을 멈춰야 한다”면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미국을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을 이런 나라들이 훔쳐가는 것, 우리 일자리를 훔쳐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30년간 문제 해결 못한 사람” “트럼프는 자기만의 현실 속에 사는 사람”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토론은 2분씩 개별 발언이 끝나고 자유 토론으로 넘어가며 톤이 높아졌다. 클린턴이 “나는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지 알고 있다”고 주장하자 트럼프는 “글쎄, 당신은 지난 30년간 못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며 끼어들었다. 트럼프는 “당신의 남편이 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알지 않느냐”며 “당신은 이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자신이 TPP의 현행 협정문대로라면 반대한다는 입장을 말하며 트럼프 발언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힐러리라는 이름 대신 “클린턴 장관”으로 칭하며 “당신은 골드스탠더드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클린턴은 “도널드, 나는 당신이 자기 자신만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그러면 그것(TPP 추진)은 오바마의 잘못이었냐? 왜냐하면 그는 지금 그것을 몰아부치고 있지 않느냐”며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를 공격했다.

이어서 두 사람은 조세 공약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클린턴 당신은 역사상 가장 큰 증세를 하려고 한다. 나는 레이건 이후 가장 감세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규제 완화 공약과 클린턴의 규제 강화를 대비하며 어떤 것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더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치부에는 치부로… 납세기록 공개 vs. e메일 공개 공방
두 사람은 서로의 치부를 들춰내며 창과 방패가 됐다. 트럼프의 납세기록 공개 거부가 먼저 문제가 됐다. 트럼프는 “나는 원래 내 납세 기록 공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 변호사가 말렸다”며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쓴 개인 e메일 중 3만3000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클린턴은 “내가 다시 국무장관을 하면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을 것”이라며 e메일 문제를 얼버무렸다. 트럼프는 놓칠세라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고의로 한 것이었다”며 “당신 부하직원들에게 수정헌법 5조(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를 택하기로 했을 때 그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물고 늘어졌다. 클린턴은 e메일 문제를 반박하는 대신 트럼프의 납세 기록 미제출 문제를 다시 꺼냈다. 그는 트럼프가 납세 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연방정부에 낸 세금이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납세 문제를 상세히 언급하지 않고 세금을 내도 정부가 돈을 낭비할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우리의 인프라는 제3세계 국가 수준이다. 라과디아 공항을 보라. 미국 정부가 6조 달러를 중동에 쓰고 있는데, 그 돈으로 우리나라를 두 번은 더 건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턴 장관 당신의 아이디어에 쓰느라고 우리 돈이 낭비됐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당신이 세금만 제대로 냈어도 우리 인프라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트럼프가 기업인으로서 정당한 임금을 지불했다면 중산층 삶이 지금처럼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을 하는 동안 여섯차례 파산한 “채무의 제왕”이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여러분들이 지금 듣고 있는 것은 그저 말뿐인 정치인들의 얘기”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 운영을 기업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회사를 만들었고, (백악관 옆의) 펜실베니아 애비뉴에 건물도 제한된 예산으로 예정보다 앞당겨 건설했다. 국가도 그래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예산이 모자라고, 언제나 스케줄보다 늦다.”

■‘클린턴 장관’과 ‘도널드’ 그리고 여성 문제
클린턴과 트럼프의 공방은 인종 문제와 법집행 문제, 이슬람국가(IS) 격퇴 방안과 핵 정책와 같은 국가안보 문제 등으로 옮아가며 한층 더 달아올랐다. 공방은 인신 공격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트럼프의 목소리는 자주 올라갔고 클린턴의 말을 “틀렸다”며 끼어드는 일도 잦아졌다. 클린턴은 시종일관 가벼운 미소를 띠며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눈에 띈 것은 클린턴이 트럼프를 시종일관 “도널드”라는 호칭을 쓴 반면, 트럼프는 대부분의 경우 클린턴을 “클린턴 장관”으로 부른 것이다. 트럼프의 의도는 현재 미국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들에 클린턴이 국정 운영 참여자로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사회자가 “클린턴이 대통령의 외모(look)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은 여성 비하 발언 아니냐는 물음에 트럼프는 “내가 말한 외모는 스태미너(stamina)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고 얼버무렸다. 그는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방위비 분담을 놓고) 힘든 협상을 해야 되는데 스태미너가 없어서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장면은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주자 토론회에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에너지가 떨어지는 사람(low energy)”라고 공격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10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협상에 참여하고, 하원 벵가지 특위에서 11시간 증언한 것을 거론하며 “스태미너 없이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외모를 스태미너로 바꾸려고 하고 있는다. 하지만 이 사람은 여성을 돼지(pigs), 게으름뱅이(slobs), 개(dogs)로 불렀단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여성 비하를 주제로 한 클린턴 캠프의 대선 광고를 비난하며 “나는 사실 클린턴과 그의 가족들에 대해 극도로 험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진다면 승복할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물음이 주어졌다. 클린턴은 “나는 민주주의를 믿는다. 나는 선거의 결과를 지지할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는 우리 두사람이 아니라 여러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다. 그녀는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기면 나는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TV토론, 클린턴이 승리”
CNN방송과 여론조사회사 ORC가 이날 첫 토론 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청자들은 압도적으로 클린턴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클린턴이 이겼다고 답한 시청자가 62%였고, 트럼프가 잘 했다는 사람은 27%에 그쳤다. 다만 CNN은 시청자들 중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금 더 많았으며, 이 때문에 2008년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의 TV토론 때처럼 민주당 후보에게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의 평가에서도 클린턴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초조하게 만들었다(Clinton gets under Trump’s skin)”며 “침착한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사업 실적과 이라크전, 이슬람국가(IS) 문제가 나오자 냉정함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클린턴을 승자로 꼽으면서 “클린턴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예상대로 준비가 매우 잘 돼있었고, 사실(facts)과 숫자들을 사용하며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트럼프에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신문은 “클린턴도 완벽하지는 않았다”면서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한 듯 기계적(robotic)인 면이 보였고, 인종 관계 등에 대해 ‘마음보다 머리’에 너무 의존하는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271020001&code=970201#csidx525cb7e84422892b6d31d0f4ead0c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