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철학

한국 불교, 개혁과 향도력 부족 / 송월주 스님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28. 21:14

송월주 스님 “진리는 세간 속에서 실천하는 것”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ㆍ60년 수행의 삶, 회고록 낸 금산사 조실

송월주 스님 “진리는 세간 속에서 실천하는 것”

“세상을 떠나서 깨달음을 구하는 것은 토끼에 난 뿔과 같아요. 세상을 외면한 채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뜻입니다. 수행자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며 아픈 이의 고통을 덜어주고, 진리를 전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금산사 조실 송월주 스님(81·사진)이 지난 60년간 수행자의 삶을 정리한 회고록 <토끼뿔 거북털>, 법문집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 등을 출간해 지난 26일 전북 김제 금산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송월주 스님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나눔의 집’과 ‘지구촌공생회’ 이사장으로 시민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1980년 신군부가 불교계를 탄압한 10·27 법난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에서 물러난 스님은 1994년 다시 총무원장에 올라 종단개혁을 이끌기도 했다.

송월주 스님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많이 부족하다. 본래 회고록을 내지 않고 간담회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그래도 50년 이상 머물며 수행과 신행해온 곳에서 행사를 마련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10·27 법난을 계기로 총무원을 떠난 후 미국과 동남아시아를 둘러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당시 한국불교는 기복에 젖어있고 사찰 관리에만 급급했는데, 해외 종교계는 장애인복지시설이나 의료사업을 활발히 했고 수행에 힘쓰는 태국불교에서도 양로원과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바깥(시민운동)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등 식수가 없어 고통받는 국가들에 지금까지 2200여개의 우물을 설립하는 등 국제협력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일자리 문제를 돕는 ‘함께일하는재단’을 이끌고 있는 스님은 “ ‘진리는 세간 속에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화두이고 삶의 지침”이라며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살펴서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주고, 약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약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전 큰스님 자리인 조실에 올랐을 때도 “조실은 법상에 앉혀놓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등에 대해서는 “국민이 이 정도면 해결이 됐다고 할 때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고록에는 불교계 관행처럼 돼 있는 오도송과 임종게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다. 스님은 “살아서 깨달음을 얻어 오도송을 하고 치열하게 수행한 스님이 선종하며 임종게를 남기는 일이 있지만, 수행도 제대로 못한 스님이 선종한 후 상좌들이 임종게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 “한국불교는 아직 멀었다. 세상을 개혁하고 향도하는 실력이 부족하다”며 “사람(수행자)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종교인들은 사회에 소금이 되고 빛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도 신뢰를 잃는다”면서 “매일 참회하고 반성하며 부족함을 메우면서 미수(88세) 때까지도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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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100100&artid=201609272051005#csidxbc374fb92136772aa069b63d4e59b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