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승민, '재벌 개혁'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론' 제시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1. 00:15

유승민, '창업 생태계' '재벌 개혁'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론' 제시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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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58)가 청년 창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혁신성장론’을 새 성장 동력을 만들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30일 서울대에서 ‘경제성장과 경제정의’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저성장은 이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숙명이다, 운명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그런데 우리 경제가 이런 식으로 가버리면 그건 정말 대재앙이라고 볼 수 밖에 없고, 선진국에 절대 진입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대 정권들이 대부분 근본적·구조적 개혁이 아니라 단기부양책에만 집중했다고 지적하면서 “돈 풀고, 재정을 확장하고, 부동산 경기를 띄우고 심지어 4대강 같은 걸 팠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런 경향엔) 진보정권, 보수정권 구분이 없었다”며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성장전략은 아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선 정권 차원의 장기적 성장 전략을 세우기 위해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해야한다”고도 했다.

야권에서 나오는 소득·임금 주도 성장이나 포용적 성장, 공정성장도 성장 해법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런 담론들이) 성장해법인가란 점에서는 100점을 줄 수 없다”며 “분배나 복지정책이라고 하면 수긍하겠지만 성장정책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르고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어도 성장하는 정도가 있을 것”이라며 “혁신을 통한 성장이 앞으로 수십년간 할 수 있는 유일한 성장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글·제너럴일레트릭 등 세계적으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들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시장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노력들을 무엇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신 창업 활성화와 재벌 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의대와 법대에만 가는 세상에서는 저성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운을 뗀 그는 특히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국가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결합해서 과학기술 및 기술경쟁력 혁신과 창업에 대한민국이 ‘올인’해야하는 시대”라며 “재벌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관치금융을 수십년 동안 했는데 창업금융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례로 원자력발전소를 들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후 사실상 원전을 포기하고,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화력발전소를 만들어냈고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우리의 재벌대기업들이 그런 것을 하느냐”고 말했다. “지진이 나도 원전을 계속 건설하자는 사람들이 득세”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처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나”라고도 했다.

앞서 여러차례 재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온 유 전 원내대표는 재벌 개혁 역시 혁신성장론의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재벌은 이제 “늙고, 오래된, 병든 체제”라는 것이다.

그는 “재벌이 지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혁신기업이 탄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제 관치금융으로 키운 재벌 주도의 경제 성장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최근 조선·해운 산업의 부실화를 언급하면서는 “산업 자체가 무너진 것이기도 하지만 재벌대기업의 잘못된 경영으로 이렇게 무너진 것”이라며 재벌에 일정부분 책임을 돌렸다.

한국 경제가 제대로 된 자유시장경제가 아니라는 평소 지론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자유경제원 같은 연구소들은 2016년 현재 대한민국 시장경제를 자유시장경제라고 주장한다”며 “제가 볼 때는 전혀 아니고 기울어진 운동장이자 재벌이 지배하는 정글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은 우리 경제가 창의와 자유, 혁신이 꽃을 피우고 공정한 경쟁이 활발한 시장이라고 우기는 관료·경제학자들은 재벌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일갈했다.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자신의 혁신성장론의 차이가 바로 재벌 개혁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는 재벌한테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과 자금을 맡기는 등 재벌한테 의존해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며 “(혁신성장은) 재벌들을 개혁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혁신·창업 다 잡아먹으니 공평하게 하자는 것으로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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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는 강연에서 이제 사회 전반에서 공정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앞서 말한 혁신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한 신생 기업이 재벌에 아이디어만 갈취 당하거나 헐값에 흡수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를 언급하면서 “공대·상대·인문대를 뛰어넘어 영감이 결합하면 삼성·현대보다 훌륭한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혁신 창업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자원을 몰아주는 게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 전 원내대표는 강연을 들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거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법인세 인상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국감 전면 보이콧 방침을 거부하고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국감 참여를 결행한 데 대해 “지금과 같이 (안보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국감을 하겠다는 그 뜻에 100% 동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에, 지진에, 경제난에 나라가 이런 상황인데 집권여당이 국감을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김 위원장의 뜻이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징계사유에 해당이 안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새누리당이 그렇게까지 막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기존의 강경한 찬성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북한은 이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을 향해서만 핵무기를 쓰고 한국에는 안 쏠 거라는 예상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두만강변에서 남한을 향해 노동 미사일이나 스커드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쏘면 낮은 고도로 날아와 사드가 필요없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사드는 반드시 해야하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기존 여권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유 전 원내대표는 “늘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하는데 지금의 조세 수준으로는 안 된다”며 “대기업과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법인세 뿐만 아니라 소득세 누진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정치의 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좋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정치가 모든 것을 다 결정한다”며 “지난 4·13 총선에서 19~35세 투표율이 는 것 때문에 아마 새누리당이 참패했겠지만 정치에 대한 참여나 투표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철학과 정책 갖고 얼굴 붉히면서 싸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건전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새누리당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사우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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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302004001&code=910100#csidxd3d3f53313d36a299f21a4305158a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