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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제금융망서 북한 퇴출 추진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0. 1. 16:07

미, 국제금융망서 북한 퇴출 추진…기존 제재 ‘구멍’ 메우기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ㆍ결제 의존도 낮은 북한에 이란 제재와 같은 방식…실효성 의문
ㆍ개인·기업 대북 송금 차단하라고 중국 금융기관에 보내는 경고

미국 의회가 북한이 국제금융망에 접근하는 것을 봉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맷 새먼 하원 아·태소위원장(공화)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제출한 북한 금융망 접근 봉쇄법안(H.R.6281)에 북한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망에서 암호화된 특수금융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새먼 위원장은 법안에서 “조선중앙은행과 일부 다른 금융기관들이 쓰고 있는 금융 메시지 시스템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자금을 대는 데 이용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북한의 핵 개발 지원에 연루된 금융기관, 핵 개발 관련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들에 의도적으로 국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국제금융망 접근을 돕는 이들을 조사해 대통령이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수금융 메시지 서비스는 해외 송금이나 대금 결제를 위해 필요한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제공하는 SWIFT 코드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1만1000여개의 금융기관들이 SWIFT망을 쓰고 있다. 북한도 조선무역은행, 조선대성은행, 금강은행 등이 고유의 SWIFT 코드를 갖고 있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북한의 석탄 수출, 해외 노동자 파견 금지 등 주요 외화벌이 수입원을 겨냥하고, 불법 금융거래 차단을 위해 모든 조치를 동원하고 있다. 기존 대북 제재의 구멍을 메우려는 것이다.

앞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27일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다른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조율해 북한을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치가 취해진 건 2012년 이란이 처음이고, 북한이 두 번째다.

2012년 SWIFT는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이란 금융기관들의 SWIFT 코드 이용을 차단했다. 이란의 원유 등 수출품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며 이란 제재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결국 이란이 핵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계기가 됐다.

이란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서 제재 실효성이 있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금융기관의 SWIFT 코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란은 800여개의 SWIFT 코드를 갖고 있지만, 북한은 9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이후 대부분의 계좌를 중국 등으로 옮기고, 현금·현물 거래로 전환해 국제금융망으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뒀다.

다만 이번 조치는 중국 등에서 금융기관을 위장한 개인, 기업들이 북한과 관련해 송금·결제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것이다. 단둥훙샹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중국 기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내비치는 것과 비슷한 차원에서 중국 금융기관들에 보내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지난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개설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서 8100만달러가 빠져나간 해킹 사건의 배후로 미국 정보당국이 북한을 의심하는 것도 영향을 줬다. 새먼 위원장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조치가 당장 북한에 주는 타격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북한이 국제경제에 참여하는 날이 오게 되면 SWIFT 코드 등 국제금융 서비스의 이용이 필요하다. 그만큼 북한이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진다는 의미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키워 협상력을 높이는 만큼 미국 역시 북한에 씌우는 굴레를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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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70201&artid=201609301605001#csidx69c834dd0ac07de8aa5d4754b412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