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 행복의 종착지 도착한 ‘드라이빙 미스 노마’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ㆍ91년 사는 동안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여기”…자랑스러운 일은 “지금 하는 일”
ㆍ암 투병 대신 미 일주 캠핑…1년 동안 32개주 75개 도시 ‘버킷리스트’ 채우고 눈감아
암을 진단받고 미 대륙 횡단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던 ‘드라이빙 미스 노마(Driving Miss Norma)’ 노마 진 바우어슈미트 할머니가 91년의 ‘인생여행’을 끝냈다. 노마 할머니는 끝까지 여행하겠다던 꿈대로 마지막 여행지 워싱턴주 북서부 산후안 섬에서 눈을 감았다.
노마 할머니의 가족은 1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인생은 붙잡고 있는 것과 놓아주는 것의 균형 잡기”라는 13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루미의 말을 인용한 뒤 노마 할머니의 별세를 알렸다. 아래에는 할머니의 이름과 1925년 3월31일~2016년 9월30일이라고 출생·사망일이 적혔다.
노마 할머니는 지난해 7월8일 남편 레오가 세상을 떠난 후 이틀 만에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과 방사선·항암치료를 권했지만 할머니는 단호히 말했다. “내 나이가 아흔이에요. 나는 여행을 떠날 거예요.” 이미 ‘나쁜 소식’을 예감한 할머니는 아들 부부에게 어떤 치료도 받지 않을 거라고 못박아둔 터였다. 의사도 “당장 떠나세요. 멋진 여행을 하십시오”라며 응원해줬다.
한 달 반 후인 지난해 8월24일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반려견 푸들 링고와 함께 캠핑카를 타고 미시간주 북동부 프레스크아일의 집을 떠났다. 나흘 뒤 페이스북 ‘드라이빙 미스 노마’ 페이지가 문을 열었다. 병석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난 할머니의 선택은 큰 반향을 불렀다. 주요 언론에 소개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페이지 팬은 현재 45만명이 넘는다.
노마 할머니네는 지난 8월 말 여행 1주년을 맞아 “1년 동안 1만3000마일(2만900㎞)을 달려 32개주 75개 도시를 다녔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여정에서 열기구 타기, 승마, 페디큐어 등 수많은 ‘인생 첫 경험’을 했다. 머리 모양도 원없이 바꿔봤다. 그는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여기”라고 답했다. 지난 4월 한 중국 언론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뭔지” 묻자 노마 할머니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페이지를 운영하는 며느리 라미는 “어머니는 우리의 이 단순한 삶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감동을 준다는 데 정말 놀라워했고, 내 카메라 앞에서 미소지으며 어머니다운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 어느 때보다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죽음은 할머니를 피해가지 않았다. 산후안 섬에 도착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0일 라미는 “우리는 미스 노마와의 위대한 여정이 끝나가고 있음을 받아들이려 한다”고 적었다. 노마 할머니는 빨간 스쿠터를 타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발밑에는 산소탱크가 놓여 있었다. 지난달 28일에는 “‘굿바이’라고 말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라는 동화 <위니더푸>의 대사를 올려 상태가 위중함을 암시했다.
'삶(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사람과 행복한 사람, 102세 김형석 교수/중앙일보 백성호의 우문현답 (0) | 2021.02.06 |
---|---|
우리가 죽음을 마주할 때, 캐나다인 서명원 신부/백성호의 우문현답, 중앙일보 (0) | 2021.01.02 |
긴즈버그 미 대법관의 ‘인생 조언’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돼라” / 경향신문 (0) | 2016.10.03 |
춤꾼 김매자 “내 춤 흐트러지면 당장 끌어내리라고 일러뒀죠” / 경향신문 (0) | 2016.09.30 |
‘세간을 떠나서 보리(깨달음)를 찾는다면 그것은 마치 토끼뿔을 구하는 것과 같다’, 다람살라에서 / 경향신문 (0) | 2016.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