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Life)

춤꾼 김매자 “내 춤 흐트러지면 당장 끌어내리라고 일러뒀죠” / 경향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30. 23:55

춤꾼 김매자 “내 춤 흐트러지면 당장 끌어내리라고 일러뒀죠”

글 김희연·사진 김창길 기자 egghee@kyunghyang.com

 

ㆍ민간단체 ‘창무회’ 40년 이끈 73세 현역 춤꾼 김매자

춤꾼 김매자 “내 춤 흐트러지면 당장 끌어내리라고 일러뒀죠”

이 시대의 한국춤을 표방하는 ‘창무회’를 40년간 이끌어온 춤꾼 김매자(73)는 지금도 현역으로 뛴다.

그는 “몸이 늙어가니 마음을 내려놓고 연륜으로 춤을 춘다”면서도 10분짜리 공연을 위해 꼬박 한 달간 연습한다. 제자들에겐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지만 내가 밸런스를 못 잡으면 나를 끌어내리라”고 일러뒀다. 창무회 40주년을 맞아 열리는 ‘창무큰춤판’(10월4일~12월28일) 무대는 그에게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창무회는 재정 등 척박한 환경을 40년 견뎌내며 지탱해온 춤 민간단체다. 그동안 7층 건물로 출발한 무용 전문극장 포스트극장(전신 창무춤터)은 한 층 한 층씩 팔려나가 거꾸로 지하공간을 임대해 쓰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그는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고 다시 부수고 또 부순다지만 나는 다지고 또 다져서 제대로 만들고 싶다”며 “이번 창무큰춤판은 41년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중간점검의 시간일 뿐 창무와 나는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창무 40년은 어땠나.

춤꾼 김매자 “내 춤 흐트러지면 당장 끌어내리라고 일러뒀죠”

“어렵게 지금까지 붙들고 왔다. 하지만 창무를 만들 당시 마음먹은 게 성취됐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창무 출신들이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큰 보람이다. 전통으로 회귀한 사람도 있고, 창무의 정신(창무이즘)을 살려 자기만의 철학으로 춤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많다. ‘창무큰춤판’은 그들과 함께 40년을 펼쳐보는 자리다. 그동안 축적한 춤 관련 자료들을 국립자료원에 기증했다. 자료원 측에서 많이 놀라더라. 내년 7월 전시할 예정이다.”

- 창무회 춤을 말하는 ‘창무이즘’은 무엇인가.

“지금도 진행형이므로 완전한 정의는 아니지만, 서로 다르면서 화합하는 ‘혼존’이다. 창무춤은 혼존이다. 산조가 서로 다르면서도 같아지듯 창무춤도 그렇다. 1976년 설립 당시에는 한국춤에 이론적인 체계가 없었다. 창무회 회원 오디션에서 전통춤과 창작춤을 보고, 전통춤에 관한 논문을 쓴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1990년대에는 환경이 달라지고 예술이 그런 조건들로 성숙되는 것이 아니니까 조건을 깼다.”

- 맨발로 춤추기 등 파격으로 비난도 받았다.

“창무는 이 시대를 표현하는 한국춤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며 버선을 벗고 무대에 올랐다. ‘이사도라 덩컨 흉내 내냐’며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은 농경민족이다. 버선 신고 몇 사람이나 춤을 췄겠나. 한국춤의 시선은 인간이 태어나는 ‘어머니’ 땅에 닿아 있다. 생활과 삶이 녹아 있는 춤이 우리 춤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게 창무의 춤, 김매자의 춤이다. 전통에서 이 시대 춤의 메소드(방법론)를 만들고자 했다.”

- 국내 최초의 무용 전문극장도 만들었는데.

“신촌역 앞에 창고를 개조해 ‘창무춤터’(1985~1988)를 만들었다. 우리의 전통 무대는 마당이 아니었나. 소극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중과 호흡하는 춤을 알리고 싶었다. 요즘 융복합이라는 말이 흔한데 당시 춤과 건축, 미술, 문학, 영상이 만났다. 구상 시인을 비롯해 많은 문화예술인이 협업하고 퍼포먼스를 했다. 1993년에는 7층 건물을 세워 무용 전문극장을 지금의 홍대 앞으로 옮겨왔다. 창작스튜디오도 만들고 해외 유명 안무가와 무용수를 초빙하기도 했다. 춤 전문지 ‘몸’을 발행하고, 해마다 창무국제예술제를 진행하다보니 경제사정이 너무 어려워져 한 층씩 팔다보니 이젠 지하공간을 빌려 극장으로 쓰고 있다. 내가 가면 어떻게 될지….”

- ‘내 인생에 춤’은 무엇인가.

“춤을 시작해 단 한번도 권태기를 느낀 적이 없다. 춤은 고난의 길이지만, 딸아이를 낳았을 때 2~3개월 쉬어본 게 전부다. 요즘도 1주일에 2~3일은 연습한다. 프랑스 안무가 겸 무용가인 카롤린 칼송(73)과 동갑인데 2006년에 협업으로 함께 무대에 섰다. 어느 시점에 가면 서양춤이든 한국춤이든 춤은 하나가 된다. 이번 ‘창무큰춤판’에는 창무를 거쳐간 20여명이 무대를 만든다. 12월27일에는 ‘김매자 춤본-하늘·땅·인간’을 선보일 것이다. 음악인 이아람이 이끄는 한국음악그룹 ‘나무’와 협업해 우리 춤의 구조, 공간성, 철학을 보여줄 생각이다. 우리 춤은 소우주인 내가 큰 우주의 기를 모아 한 데 흐름을 만드는 거다. 자연과 닮았다. 춤, 기도하는 마음으로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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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60100&artid=201609292159015#csidxc664d7747dd559498a6bc1b6431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