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언제 행복했을까…묻지 않는 신앙은 위험합니다"
입력 2023.01.12 00:46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9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최원영(68) 작가를 만났다. 그는 2년 전 『예수의 할아버지』라는 장편 소설을 내놓으며 화제가 됐다. 신학계에서 치열하게 오갔던 논쟁을 소설을 통해 대중에게 과감하게 제시했다. 당시 소설가 김훈은 추천사에서 “하느님과 교회를 교리로부터 해방시켜서 현세의 생활 속에서 살아 있게 한다”고 평할 정도였다.
최근 최 작가가 두 번째 소설 『예수님의 폭소』(좋은땅)를 내놓았다. ‘예수’와 ‘폭소’를 합한 제목. ‘예수의 할아버지’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이유부터 물었다.
최원영 작가는 "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우는 대목은 나오는데, 웃으시는 대목은 안 나온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예수님의 폭소. 예수님이 가장 좋아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다섯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지만 책은 쉼 없이 그걸 찾아간다. 예수께서 가장 크게 웃는 순간, 그건 예수님이 이 땅에 온 이유와 닿아 있을 테니 말이다.
'예수의 할아버지'에 이어 최원영 작가가 두 번째로 내놓은 단편소설집 '예수님의 폭소'. 사진 좋은땅
최 작가는 원래 모태신앙이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교회를 다녔다. 중학생 때는 주일학교 학생회장을 하며, 등사기로 교회 주보도 만들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당시 제가 알던 신앙은 이랬다. ‘하늘 높은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 이분은 자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보낸다. 그 사람이 아무리 착해도 안 믿는 사람은 지옥에 간다.’ 저는 어쩐지 하나님이 하나님답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라면 좀 더 통이 크고,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국에서 큰 지진과 해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어떤 목사님은 ‘그 나라는 예수를 안 믿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른 교회를 다녀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황하다가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강원용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됐다. “놀라웠다. 제게는 충격이었다. 강 목사님은 ‘예수 믿어서 천당 가는 것’보다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예수님을 신으로 숭배하는 것보다 예수님을 따르는데 방점을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이 미국 유니언 신학대에서 세계적 신학자 폴 틸리히에게 배우셨더라.”
최원영 작가는 '묻지마 신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성숙한 기독교인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예수님의 폭소』에 담겨 있는 마지막 단편의 제목이 도전적이다. ‘끝장토론 : 하나님은 있는가?’. 과학자와 신학자가 TV에 나와서 김동근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하는 뜨거운 논쟁이다. 그렇다고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의 기계적이고 이분법적인 논쟁이 아니다.
소설 속 신학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하나님을 어떤 특정한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실재적이라고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하나님을 독특한 방식으로 인류에 나타내셨지요. 동시에 저는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셨다는 성경 말씀을 진리로 믿습니다. ”
과학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보험을 들듯이 하나님 믿고 교회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삶의 목표는 오직 세상에서 잘 되고, 죽어서는 천당 가는 것이다. 이 땅에 널려 있는 ‘밑져야 본전 교회’와 ‘순보험 교회’를 다니면서 귀중한 삶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종교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결단이다. 자기 삶의 진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원영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종교에 대한 성숙한 태도"라고 말했다. 권혁재 기자
◇최원영=고려대에서 경영학,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서울대 음악대학원 기악학 석사, 직접 창작한 가곡도 여러 편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원 국제외교학 석사, 뉴카슬 대학원 정치학 박사. 동아그룹 사장과 예음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고전음악 감상실 ‘필하모니’를 만들고, 음악공연예술지 ‘객석’과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을 창간했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다른 기사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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