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주역 대가 "굉장한 괘 나왔다, 장부냐 소인이냐 택해야"
입력 2023.02.09 00:54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올해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해다.”
대산(大山) 김석진 옹은 올해 96세다. 야산(也山) 이달(李達ㆍ1889~1958)의 수제자인 그는 ‘주역(周易)의 대가’로 통한다. 야산 선생은 주역에 통달해 당대 사람들이 “이주역”이라 불렀다.
이승만 대통령이 전진한 장관을 보내 정치참여를 권했으나, 야산 선생은 거절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비서를 보내 합작의사를 타진했지만, 이 역시 거절했다. 그때 백범의 제안을 거절하며 ‘근호부지(近虎不知)’의 뜻을 담은 시 한 수를 써주었다. 범이 가까이 있어도 알지 못하니 걱정이란 의미다. 신변을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주역을 놓고 스승께서 가장 강조한 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김석진 옹은 “종도(從道)”라고 답했다. 김 옹은 “역(易)은 항상 변한다. 그러니 우리도 때를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도(道)를 따르기 위함이다. 도가 뭔가. 도는 옳은 일이다. 스승님은 늘 이걸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대산 김석진 옹은 "제 스승께서는 주역을 가르치면서 늘 '종도(從道)'를 강조하셨다. 옮은 일을 따르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7일 경기도 광주에서 대산 선생을 만났다. 마침 둘째 아들네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해 초에 만난 기억이 났다. 그때는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가 가장 큰 이슈였다.
당시 김 옹은 “올해(2022년)는 코로나에 막혀서 함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의 공포가 치솟을 때였다.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군자는 표범처럼 바꾼다. 겨울을 앞두고 털갈이할 때 자기 털을 모두 바꾼다. 반면 소인은 겉모습만 바꾼다. 속은 바꾸지 않고 화장만 바꾼다. 그래 놓고 바꾸었다고 말한다. 군자를 뽑을 건가, 소인을 뽑을 건가”라고 일갈했다.
올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한창이다. 국내 정치권도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다. 한국만 어려운 게 아니다. 전 세계가 그렇다. 김석진 옹에게 ‘2023년의 주역적 전망’을 물었다.
주역의 괘는 점을 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계묘년은 60년마다 돌아온다. 60간지에 의해 60년 전에 이미 올해의 괘가 정해져 있다. 다만 그 괘를 풀어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깊이와 통찰이 달라질 따름이다. 김 옹은 “올해의 핵심은 따를 수자, 수(隨)괘”라고 했다.
김석진 옹은 "올해는 큰 변화가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힘이 많이 드는 괘다"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김 옹은 올해 주역 괘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천하수시(天下隨時)’라는 네 글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구십 평생 주역을 하고 있지만, 주역의 괘에서 ‘천하(天下)’라는 말은 좀체 나오지 않는다. 천하수시, 무슨 뜻인가.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온 세계가 때를 따라서 움직인다는 거다. 올해는 굉장한 괘가 나왔다. 그러니 큰 인물이 나올 것이다.”
김석진 옹은 "주역은 결정론적 운명론이 아니다. 세상과 우주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주역은 결정론적 운명론이 아니다. 세상만물이, 이 우주가 끊임없이 변해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역 역시 그런 변화를 따른다. 올해 계묘년의 수(隨)괘는 태(兌)괘로 변화한다. 수괘가 체(體)라면, 태괘는 용(用)이다. 수괘가 몸통이라면, 태괘는 팔다리에 해당한다. 몸 전체의 역할로 보면 팔다리가 더 중요하다.
이 말끝에 김 옹은 변화를 이룰 때 지도자가 꼭 명심해야 하는 한 가지를 꺼냈다. “계소자(係小子)면 실장부(失丈夫)다. 소자(小子)에게 매이면 장부(丈夫)를 잃게 된다.” 이 말은 주역에 있는 구절이다.
김석진 옹은 "큰 변혁을 이루려면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자가 아니라 장부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김 옹은 마지막으로 “불겸여야(弗兼與也)”라고 했다. 아닐 불(弗)자, 겸할 겸(兼)자, 더불 여(與)자다. 앞서 말한 소자와 장부를 다 따를 수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여자가 시집가는 괘에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어쭙잖은데 자꾸 와서 나하고 같이 살자는 남자가 있고, 또 가정을 행복하게 할 인품 좋은 남자가 있다. 그런데 어쭙잖은 남자는 손쉽게 교제할 수가 있고, 인품 좋은 남자는 좀 점잖다. 둘 중 누구를 따를 건가. 불겸여야(弗兼與也). 둘 다 따를 수는 없다. 하나만 따라야 한다. 여기서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 개혁과 변화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국운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다른 기사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삶(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법륜/중앙일보 백성호의 현문우답 (0) | 2023.05.12 |
---|---|
인생90에 깨달은 비밀 7가지, 교세라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 (0) | 2023.03.04 |
"순보험 교회"에 다니지 말라, 최원영 작가/백성호의 현문우답, 중앙일보 (0) | 2023.01.12 |
끔직한 노후를 피하려면, 이시형 박사 (0) | 2023.01.06 |
자녁 교육의 핵심은 '자유', 김형석 교수/백성호의 현문우답, 중앙일보 (0) | 2022.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