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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도… 대표도… 비대위도 말이 많으면 말로 망해… 그 입 좀 다물 수 없는건지…", 이만섭

이윤진이카루스 2012. 1. 14. 19:17

MB도… 대표도… 비대위도
말이 많으면 말로 망해… 그 입 좀 다물 수 없는건지…"

입력시간 : 2012.01.13 21:08:56
수정시간 : 2012.01.14 10:37:15

 

  •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에게 어려운 사람들의 고민을 자신의 고민처럼 생각하고 함께 걱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돈 봉투 사건 쓴웃음만
밀고 당기는 기술·예의 없고 싸움질·돈선거 얼룩진 정치권, 구태보다 못해… 차라리 배워라

내가 박의장이라면…
구질구질하게 임기 채우느니 국민에게 사죄·수사협조 후 깨끗하게 은퇴하는게 낫다

안철수와 세대교체
정치는 청춘콘서트와는 큰 차이, 꿈·희망 주는 존재로 남았으면… 나이·지역 따른 물갈이 불합리

나는 진보적 보수다
국민에 도움되는 정책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사실 보수·진보에 관심 없어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정치 원로다. 80살이 넘은 나이에도 신문과 방송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 8선에 국회의장만 두 차례 역임했다. 그런 그가 지금 정치판이 너무 혼탁하고, 국가는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올해는 두 차례 큰 선거가 있고 여기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했다. 그는 자손만대가 살아가야 할 이 나라를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선거 혁명'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정치 현안들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건강해 보인다.

"건강관리의 비결은 양심을 지키는 것이다. 양심을 지키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있다. 나쁜 짓 하고 부당하게 돈을 먹는 사람들은 잠을 자지 못한다. 그러면 건강해질 수 없다. 나쁜 짓하고 오래 사는 사람은 아예 양심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통상 하루 1만보 걷기를 하는데 올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3,000보를 걷는 것으로 목표를 삼고 있다."

-여전히 활동이 많다.

"지금 나라가 너무 어렵다. 날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웬만하면 다 만난다. 정치 후배들 언론계 후배들 동문들 해외교포들도 찾아온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나라가 어떻게 되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 유일한 원로라는 의미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다. 피곤하더라도 몸을 아끼지 않고 바른 소리를 하려 한다. 내가 지금 할 일이 그것이다. 우리만 살고 갈 나라가 아니라 손자들, 자손만대가 살아야 할 나라다. 바른말하고 당당하게 살다가 죽을 때는 웃으면서 간다는 것이 희망이다."

-옛날에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렸나.

"직접 봉투에 돈 넣고 돌리는 것은 없었다. 옛날보다 지금이 더 못해진 느낌이다. 옛날에는 치열한 경합보다는 추대해서 만장일치로 당총재, 당대표를 맡았다. 전당대회 전에 전국 지구당개편대회를 하고 도당개편대회를 한다. 지구당 개편대회 때 대의원들을 대회 장소에 버스로 데려오거나, 점심을 먹는 비용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중앙당에서 돈이 내려오거나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부담했다. 1997년께 부터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다. 정말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거취는.

"본인이 관련되었건 안되었건 이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면 깨끗이 사퇴를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검찰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하는 것이 깨끗하게 보일 것이다. 내 성격 같으면 그렇게 한다. 자꾸 미적거리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임기가 조금 남았지만 구질구질하게 채우는 것이 좋은지 사퇴하는 것이 좋은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사죄하는 차원에서 깨끗이 은퇴하는 것이 좋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말썽만 피운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믿음과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말은 많은데 행동이 없다. 말로 적당히 얼버무리는 정치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했다.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진실해야 한다. 진짜 서민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은퇴 후에 옛날 살던 집으로 갔을 것이다. 도배나 다시 하고 보일러나 고치면 된다. 굳이 넓은 땅을 사서 집을 다시 짓고, 경호실을 만들 필요가 뭐가 있나. 전직 대통령을 누가 암살할 것도 아니다. 야당이고 여당이고 쇄신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정의감이 있는 젊은 국회의원들이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없애든가, 대폭 개정해야 한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예산을 절감해서 복지에 쓴다든가, 대학생 반값등록금에 보태든가 해야 한다. 이런 것이 개혁이고 쇄신이다. 내가 젊은 시절에는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 전직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데 경호원들이 몰려가고, 이발소에 갈 때도 경호원들이 이발소 근방에 깔린다. 이게 무슨 짓인가. 땅을 아들 이름으로 사고, 경호실이 산 땅값과 아들이 산 땅값이 다르다. 당연히 탈세의혹이 나오고 불법 증여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한나라당 비대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기왕에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만들었으면 잘하도록 주위에서 도와줘야 한다.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죽느냐 회생하느냐가 달렸다. 비대위에 대해서 친이계에서 '누구 누구는 그만둬야 한다'는 등의 공격을 하는데 성급하게 하지 말고 좀더 지켜봐 줘야한다. 비대위원들도 비대위 전체에서 결정된 것만 대변인을 통해서 발표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불쑥불쑥 언론플레이를 하면 안된다. 한나라당이 시끄러운 것은 그렇더라도 나라까지 시끄럽다. 박근혜 위원장이 단단히 얘기를 해야 한다. 비대위원들도 조심하고 비대위원 아닌 사람들도 비대위가 일하는 것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 한나라당이 말이 많아서 말로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도 말 많고, 당대표도 말이 많고, 비대위원도 말 많고, 최고위원들도 말꼬투리 잡아서 공격한다. 입을 좀 다물 수는 없는지 모르겠다. 말이 많으면 말로 망한다. 옛날에는 정치 지도자, 선배 앞에서는 예의범절도 지키고 말도 조심했다. 지금은 초선이고 3선이고 모두 구별 없이 일대일로 붙는다. 정치에도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사라져 걱정이다."

-안철수 원장의 등장을 계기로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안철수 바람이 부는 것은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 혐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어서 반사적으로 나온 현상이다. 기존 정당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뼈를 깎는 반성을 해서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재기 불능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로 치고 박고 있다. 안 원장을 만나본 일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훌륭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처럼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명예로운 존재로 머무는 것이 본인과 국가에 좋을 것 같다. 정치는 청춘 콘서트 강의와는 다르다. 정치는 여당, 야당, 언론 등 무수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 정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종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계층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등을 조화하고 아우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젊은 층의 인기를 업고 하루아침에 그런 리더십이 생길 수 있겠는가. 20~40대의 인기만으로는 안된다. 이 나라를 이만큼 일구어놓은 50~70대 들의 의견도 귀담아 듣는 폭넓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20~40대가 불안하다. 그들이 불평하다가 이제는 분개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하루아침에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없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들이 그들의 고민을 나의 고민으로 생각하고 앞날에 관해 함께 걱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쇼가 아닌 진실이 필요하다. 분개하는 것을 막으려면 지도자들이 양심을 지키고 깨끗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이나 권력자들이 썩어 있는데 젊은 이들이 분개하지 않겠는가. 나도 분개한다."

-18대 국회가 엉망이다.

"흔히 쇄신 이야기를 하면서 구태를 청산하자고 한다. 내가 볼 때는 지금 정치가 구태보다 훨씬 못하다. 차라리 구태에서 배우라고 얘기하고 싶다. 옛날에는 여야가 어떤 쟁점으로 격돌해 국회의원들이 밀고 당기고 하다가도 같이 식사하면서 위로하고 국가 장래에 대한 걱정도 하고 그랬다. 지금은 여야가 완전히 감정싸움이다. 만나면 치고 박고 싸운다. 심지어 해머를 들고 국회 문을 부순다. 이종격투기도 있다. 옛날에는 밀고 당겼는데 지금은 하늘로 붕붕 날고 최루탄까지 터진다. 이런 국회가 어디있나. 세계적인 망신이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들에게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 국회의장부터 '나 몰라'라 한다. 내가 국회의장할 때는 절대로 날치기나 직권상정을 하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절대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 14대, 16대 국회의장을 할 때 대통령이 강행통과를 부탁해도 거절을 했다. 왜 청와대가 국회에 간섭하느냐는 것이다. '이만섭은 날치기 안한다'는 것을 믿으니 다른 당 의원들도 내 말을 귀담아 들어준다. 그래서 여야 협상이 가능했다. 국회의장이 협상을 해서 중재안을 만들어줘야 한다. 18대에서는 국회의장이 말로만 타협을 외치다가 자기는 지역구에 내려가 있다. 국회의장이 자리를 잡고, 여당안과 야당안을 놓고 원내대표들을 불러서 타협안을 만들어줘야 한다. 근본적으로 국회의장과 원내 대표들의 참다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세대교체는 어떻게 하나.

"반드시 해야 한다. 단 연령이 아니라 의식과 마음 자세에 기준을 둬야 한다. 미국은 90세가 넘어도 상원의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부정부패한 사람, 비리에 관련된 사람, 나라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사람을 걸러내야 한다.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TK를 퇴출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잘못이다. 내가 대구출신이라 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준을 세워서 해야 한다. 연령이나 지역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 18대 국회에서 너무 젊은 사람들로 세대교체가 됐다. 힘이 넘치고 발산할 곳이 없어서 그런지 국회만 들어오면 여야가 싸운다. 군데군데 원로가 끼어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국회를 냉각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 세대교체 기준을 연령에 두지 말고 사람에 두라는 얘기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 속하나.

"나는 진보적 보수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철저하다. 하지만 정책면에서는 굉장히 진보적이었다. 1964년에 남북이산가족면회소 설치에 관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며칠 있다가 북한 방송에서 이를 찬성하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이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찬성했으니 반공법 위반이라면서 나를 잡아넣으려고 했다.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김형욱 부장을 야단을 쳐서 이를 막았다. 박정희 대통령 3선 개헌도 반대했다. 이후락 비서실장, 김형욱 부장에 대한 퇴진을 요구했을 때는 목숨을 걸었었다. 사실 진보ㆍ보수에 관심 없다. 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판단 기준을 둬야 한다. 열린 보수나 건전한 진보는 같은 것이다. 나라가 선진화하려면 진보 보수가 힘을 합치고,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민주화세력도 산업화 세력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경제발전, 민족의 가능성 개발에 대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산업화세력이 장기 집권하면서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이 많다. 산업화세력은 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해야 한다. "

-올해는 선거의 해다.

"국가 운명을 좌우할 한 해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면에서도 그렇고, 한반도를 둘러싼 4강과의 이해관계도 그렇다.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국민이다. 옛날처럼 혁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한 시민혁명을 해야 한다. 올바른 일꾼과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잘못한 사람에 대한 심판도 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를 봐서 냉정하게 표를 던져야 한다. "

■ 이만섭은 누구인가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고 6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8선을 했다. 한국국민당 총재, 국민신당 총재,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등을 지냈다. 14대와 16대에 국회의장을 했고 16대 국회를 끝으로 정치일선에서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