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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 길이와 수명, 상관관계 있다”

이윤진이카루스 2012. 1. 18. 10:04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 상관관계 있다”

영 글래스고대학 연구팀
금화조 관찰 결과 발표
텔로미어 : 세포시계의 역할 담당하는 DNA 조각들

 

»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로미어 (밝은 빛 부분).
많은 생물종의 염색체 끝부분에는 ‘텔로미어’라는 부위가 있다. 세포분열 때 디엔에이(DNA) 정보가 안전하게 복제되도록 끝부분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보호 마개’ 구실을 하는데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닳아 짧아진다. 그동안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진다는 ‘텔로미어 가설’이 제시돼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런 가설은 주로 세포나 하등동물 실험 수준에서 입증돼 왔다.

고등동물에선 어떨까? 최근 고등동물인 새 집단에서도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은 금화조 99마리를 대상으로 이들 각각의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을 오래 관찰해,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금화조의 수명은 최대 9년이다.

특히 연구팀은 태어난 지 25일째인 금화조의 텔로미어를 쟀을 때에 자연 수명이 가장 정확하게 예측됐다며, 이 때문에 어린 시기에 텔로미어 길이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결론은 집단 데이터를 통계 처리해 얻은 것으로 금화조 개체의 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12일치에 실렸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일부 나라에서 텔로미어 길이를 재어 수명을 예측해주겠다는 생명공학 기업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받고 있으나,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텔로미어 연구자인 이준호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는 “면역반응 과정에서 세포분열이 잦아 텔로미어가 짧아질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개체의 수명엔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텔로미어가 수명을 보여주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므로 텔로미어 길이를 기대수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로선 과학적이지 않다”고 경계했다. 그는 2004년 선충의 텔로미어를 일부러 길게 만들면 다른 서식환경이 동일할 때에 수명도 길어지는 현상을 관측해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한 바 있다. 오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