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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고향 (2012년 1월)
40년 넘어
다시 찾아간 고향
널빤지에 아이를 앉히고
바리캉으로 머리 깎던
피난민 영감 없고
아비끼리 잘 안다며
아들이 나를 찾았다.
물감으로 형형색색이 된
흔해 빠진 도루묵알 씹은
냉혹한 시절
아득한 과거로 흘러가고
아이도 아비처럼 늙었다.
전쟁을 일으킨 자에게
포화에 쓰러진 자에게
세월 무작정 가버리고
아이 어른 되어버렸다.
한 세대 사라지고
두 세대 멀어지면
기억 비틀거리고
대지
바다와 함께 추억 지운다.
시간 가버리고
미래 섬뜩 오면.
무엇이 남을까,
누가 기록할까,
이렇게 살았던 삶과
저렇게 찢어진 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