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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핵 창피해 쉬쉬하다간 수술대 오릅니다

이윤진이카루스 2012. 4. 24. 20:32

사회

의료·건강

치핵 창피해 쉬쉬하다간 수술대 오릅니다

등록 : 2012.04.23 20:38 수정 : 2012.04.24 09:55

 

치핵, 다섯 가지 오해와 진실

우리나라 20~50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무엇일까? 바로 치핵수술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펴낸 ‘2010년 연령대별 주요 수술현황’을 살펴보면, 40~50대 치핵수술 환자는 11만716명으로 수술 환자 가운데 가장 많다. 20~30대 연령에서도 치핵수술이 2위다. 황도연 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질환 센터장은 “성인 상당수가 앓지만 병원을 찾기까지 보통 5년 정도 걸린다”며 “그만큼 치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치핵에 대한 5가지 오해와 진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① 치핵은 수술해야 낫는다? △

치핵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보존요법과 약물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과 살덩이가 늘어나 항문에서 덩어리가 빠지는 질환이다. 치핵은 1기부터 4기로 구분한다. 1기는 다른 증상 없이 대변 볼 때 피가 나는 정도다. 2기는 대변 볼 때 무언가 나오는데 일어서면 들어간 것을 느끼는 정도, 3기는 대변 볼 때 무언가 나오는데 일어서도 안 들어가고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정도, 4기는 밀어 넣어도 안 들어가는 증상이 있다. 일반적으로 1~2기라면 약물치료나 간단한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 가능하고, 3~4기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수술한다.

② 치핵은 재발률이 높다? ×

치핵수술은 일반적으로 치핵 부위를 절제하면 재발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간혹 1~2% 정도 재발하지만, 이것도 체질적인 요인과 수술 뒤 식습관, 생활습관, 배변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③ 치핵 방치하면 대장암이 된다? ×

치핵은 대장암 발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치핵의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이다. 그런데 직장암, 대장암, 항문암의 증세 중 하나가 출혈이다. 따라서 항문에서 피가 나와도 치핵이 있는 경우 그것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해 암을 조기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제일 좋다. 따라서 배변 때 출혈 증상이 있으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한편 출혈을 방치해 빈혈에 걸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또 항문샘을 통해 진물이나 고름이 계속 나오는 치루의 경우, 드물지만 암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염증이 오랫동안 반복되고 지속됐을 때, 세포의 형태가 변해 치루관의 염증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항문 쪽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본다.

④ 채소 많이 먹으면 치핵 예방된다? △

치질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설사와 변비 같은 배변활동 장애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먹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배변 때 항문에 너무 힘을 주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 장은 스트레스에 예민하므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식이섬유가 모든 변비 증상에 좋은 것은 아니다. 변비에도 대장의 운동이 저하돼 장 내용물이 오랫동안 체내에 머무는 이완성 변비도 있지만, 반대로 장이 과민하게 수축돼 나타나는 경련성 변비도 있기 때문이다. 이완성 변비의 경우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가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경련성 변비엔 반대로 식이섬유 섭취를 줄이고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따라서 각자의 변 상태와 자신이 먹은 음식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두한 대항병원 원장은 “채소를 많이 먹고 싶지만 속이 더부룩해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질경이 씨껍질을 물에 타서 미숫가루 먹는 것처럼 마시면 변의 양을 쉽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⑤ 좌욕·비데 사용이 치핵 치유한다? ×

좌욕은 항문의 혈액순환을 도와 치질 치료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단 한번 빠진 치핵은 좌욕을 하든 비데를 사용하든 다시 원상태로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더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해줘야 한다. 관리하는 방법 중 최고는 좌욕. 좌욕물은 약 30~40도 정도로 데운 뒤 넓은 세숫대야(엉덩이가 충분히 들어갈 크기)에 3분의 2 정도 채워 낮은 의자에 올려놓고 엉덩이를 충분히 담근다. 이 상태에서 약 5분간 항문 괄약근을 오므렸다 폈다 해서 항문 주변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해준다.

비데 사용 역시 항문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비데를 사용해 항문 안쪽으로 물을 너무 세게 분사한다든지, 이를 너무 자주 사용하게 되면, 항문 기름샘, 조직 등이 망가질 수 있어 오히려 ‘독’이 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대항병원 제공

도움말: 황도연 서울송도병원 대장항문질환 센터장, 이두한 대항병원 원장, <우리집 건강식탁 프로젝트>(노봉수 지음, 예문당 펴냄)


임신·출산의 불청객 치질…변비 예방이 최우선

수면·식이섬유·수분 충분해야
심할땐 좌욕·항문연고가 도움

“출산 뒤 치질이 심해 너무 고통스럽다. 아이한테 젖을 줘야 하는데, 치질이 심해 앉아 있는 것도 힘들다.”

최근 출산을 한 김아무개(35)씨는 출산 뒤 더 심해진 치핵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병원을 가려 해도 주저된다. 출혈이 있다가도 어느 순간 괜찮아지고 다시 심해지는 증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두한 대항병원 원장은 “출산 후엔 치핵이 많이 부풀어 오른다”며 “보통 출산 뒤 두 달 정도 지나면 치핵이 상당 부분 가라앉으니 좌욕하면서 변비가 되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잘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수유를 하는 여성은 수분 부족으로 변비가 생겨 치질이 생길 수 있으니 잠을 충분히 자고 식이섬유와 수분 섭취를 잘 하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 그 자체만으로도 항문 질환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임신 초기에는 변비로 인해 배변 때 통증을 느끼고 출혈을 보이는 치열 증상이 잘 나타난다. 임신기에는 약물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다. 임신 중반기에는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고 안정기로 접어든다. 임신 후반기에는 호르몬 변화와 함께 자궁이 커져 직장과 항문을 늘 압박한다. 자궁이 커지면 심장으로 가는 정맥을 눌러 항문 주위에서 혈액이 잘 빠지지 못하고 머무르게 된다. 이렇게 울혈 상태가 되면 치핵이 더 악화되거나 없던 치핵이 생기기도 한다. 또 철분제 복용으로 변비가 유발돼 통증이나 출혈이 자주 나타난다. 따라서 이런 시기엔 너무 오래 서 있지 말고 자주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부종과 통증이 심한 경우엔 좌욕 및 항문연고 소염제 복용이 가능하고, 너무 심한 경우 수술도 가능하다.

김혜정 대항병원 여성치질클리닉 전문의는 “임신 시기에는 치질이 악화되는 여러 요인이 있는 반면 치료나 처치가 비교적 한정되어 있으므로 평소에 불편감이 없더라도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엔 임신 전 진찰을 받아보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 수술을 해야 임신 때 덜 고생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