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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라는 미친 관념

이윤진이카루스 2025. 9. 2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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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주의라는 미친 관념

 

그러나 먼저 나는, 불행하게도 여전히 이 서구 문명의 중요한 요소인 무서운 이단을 매우 간략하게 언급하고 싶다. 나는 민족주의라는 ㅡ 혹은 더 정확하게 민족국가라는 이념 ㅡ 무서운 이단을 언급하고 있다: 여전히 그렇게 흔히 지지를 받으며 국경은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경계선과 일치해야 한다는 표면적으로 도덕적인 요구의 교설. 이 교설이나 요구에서 근본적 오류는, 자연스러운 단위로서 민족들이 국가에 앞서서 존재한다는 ㅡ 다소 뿌리처럼 ㅡ 전제인데 따라서 그 단위는 국가에 의하여 점유되어야 한다. 실제로 그 단위는 국가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전혀 실행될 수 없는 이 요구는, 소수 보호에 대한 중요한 도덕적 요구와 틀림없이 대비된다: 각 국가의 언어적, 종교적 그리고 문화적 소수들이 다수에 의한 공격에 대비하여 보호되어야 한다는 요구; 물론 자신들의 피부색이나 눈동자 색이나 머리 색 때문에 다수와 다른 저 소수들을 포함하여.

전혀 실행될 수 없는 민족국가라는 원칙과 달리, 소수 보호라는 원칙은 물론 실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실행될 수 있는 듯이 보인다. 1950년 이래 내가 미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이 분야에서 내가 목격한 진전사항들은 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 그리고 민족성이라는 원칙과 달리, 보호라는 원칙은 예를 들어 어린이 보호라는 원칙과 꼭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분명하게 도덕적 원칙이다.

민족국가라는 원칙이 왜 세상 어느 곳에서도 실행될 수 없고, 특히 유럽에서는 정신병이나 다름없는가? 이 문제로 인하여 나는 문화 충돌이라는 주제로 되돌아간다.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유럽의 인구는 대규모 이주의 결과이다. 태곳적부터 사람들의 물결이 중앙아시아의 초원 지역으로부터 몰려와서 아시아의 남부와 남동부 및 특히 갈라진 서부 반도들에 살던 초기 이주민들과 조우했는데 그 지역을 우리는 유럽이라 부르고 그 물결들이 흩어졌다. 그 결과가 언어적, 민족적 그리고 문화적 모자이크다: 무질서한 혼효(混淆)인데 도저히 풀어 헤쳐질 수 없다.

언어들은, 상대적으로 말해서, 이 혼돈상태를 통과하는 최고의 길잡이들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다소 토착적 혹은 자연적 방언들과 중복되는 문어들(文語: written languages)이 있는데 그것들 자체는, 화란어(Dutch)가 분명히 예시하는 바와 같이, 미화된 방언들에서 기원한다.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및 포르투갈어와 루마니아어와 같은 다른 언어들은 난폭한 로마 정복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언어적 혼란이 민족적 혼란을 통과하는 정말로 신뢰 가능한 길잡일 수가 없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성씨들(surnames)을 조사하면 이것은 또한 분명해진다. 많은 슬라브계 성씨들이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독일계 성씨들로 교체되어서 많은 흔적이 완전히 감춰졌을지라도 ㅡ 그리하여 나는 Bohuschalek라는 사람을 알았는데 그는 내가 올바르게 기억한다면, Bollinger라는 사람이 되었다 ㅡ 슬라브족과 독일인의 동화 흔적은 여전히 도처에 있다. 특히 그 이름들이 offow로 끝나는 독일의 많은 귀족 가문들은 분명히 어떤 정도로든 슬라브인들의 계통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들의 민족적 기원에 관한 추가적 실마리들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데 특히 귀족 가문들에 관한 곳에서이고 그 귀족 가문들에 대하여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결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예를 들어 농노들과 대조적으로.

그러나 당시 민족주의 원칙이라는 미친 관념이, 주로 철학자들인 루소와 피히테 및 헤겔의 영향을 받아서 그리고 의심의 여지 없이 또한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반응의 결과로서 이 유럽의 혼란 상태 가운데서 치솟았다.

ㅡ 칼 포퍼, ‘나은 세상을 찾아서 (In Search of a Better World)’, 1996, 120-1쪽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