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 |
장남 장호권씨 인터뷰서 밝혀
“사인 확정못해 37년을 참았다
국가기관이 나서지 않을 경우
몇달내 과학적 분석 의뢰할 것”
“아버지 장준하 타살 증거 나와…국가가 진상 밝혀야”
유신정권에 맞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다 1975년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의 유골에서 타살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장 선생 사망 사건의 전면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선생의 장남 장호권(63)씨는 15일 “(유골 검시 결과) 부친이 누가 봐도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해 숨졌음이 분명해졌다. 이제 국가기관이 나서 누가 (살해를) 지시했고 실행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호권씨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아버지의 사인을 확정할 수 없어 37년 세월 의심을 품고서도 참으며 기다려왔는데 사인을 밝힐 증거가 드러났다”며 “국가기관이 (재조사에) 나서지 않을 경우 몇 달 안에 정식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국가기관에 의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호권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경기도 파주시 나사렛 천주교 공동묘지에 안장된 장 선생 유골을 지난 1일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새로 조성중인 ‘장준하공원’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장 선생 사후 처음으로 유골 검시를 의뢰했으며, 두개골 뒤쪽에 지름 5~6㎝의 뻥 뚫린 구멍과 금이 간 흔적을 발견했다. 장호권씨는 “검시를 맡은 서울대 법의학 교수가 ‘상처가 특이하다. 만약 추락했다면 바위 가운데 직경 5㎝의 동그랗게 튀어나온 바위 위로 오른쪽 귀 뒷머리가 정확하게 떨어지기 전엔 그런 상처가 나기 어렵다’고 했다. 망치 사이즈와 같은 크기로 두개골이 함몰돼, 사인은 망치에 의한 가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이번 유골 검시를 통해 드러난 단서를 계기로 진실 규명의 새로운 노력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37년 동안이나 묻혀 있었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서 장준하 선생 의문사를 조사했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국사학)는 “당시에는 여러 의혹이 있었는데도 끝내 진상 규명을 하지 못했다. 사망 원인과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이 다시 한번 진실 규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 캠프는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조윤선 경선캠프 대변인은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박경만 김보협 진명선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