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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 장터/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 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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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무엇을 먹을까만큼 중요한 질문 ‘누가 먹을까’

등록 : 2015.01.28 20:47 수정 : 2015.01.29 10:35

박진희(왼쪽)씨와 그의 남편 김성래씨. 사진 박진희씨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건강한 먹거리 나누기
귀농 후 도시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먹거리 운동 다양하게 펼치는 박진희·김성래 부부

‘언니랑 내가 좋아하는 청경채랑 샐러드에 좋은 래디시가 도착했어요!’ 블로그 ‘메이의 힐링타임’에 올라온 글이다. 제목은 ‘푸드 저스티스 30인의 밥상을 진행하시는 박진희님의 유기농 채소 꾸러미 도착!’.

식당이나 가정의 건강밥상은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착한 농부들’이 많아야 가능하다. 박진희(43)씨는 2009년 전북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 ‘하늘소마을’에 남편 김성래(47)씨와 귀농했다. 하늘소마을은 10여년 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이들이 귀농해 형성된 마을이다. 장수군이 순환농법 시범단지마을을 조성하면서 입주자를 모집했다. 현재 12가구가 거주한다.

친환경 유기농 재배를 하는 이 부부는 ‘유기농초록텃밭’을 운영하면서 회원 50여명에게 8~12가지 제철 꾸러미를 보낸다. 가격은 한상자당 2만5000원으로 5~11월 운영한다. 비닐이나 스티로폼이 아닌 종이로 만든 꾸러미에는 박씨가 정성을 다해 적은 글이 있다. ‘이른 여름의 길목’이란 편지에는 ‘어미닭과 아빠닭의 좋은 어울림’ 수정란 여섯 알, ‘향긋함을 안고 밥상에 오르는’ 돌미나리 150g, ‘오늘 바로 뽑은 울퉁불퉁한’ 햇양파 1000g 등과 마을 농부의 소식까지 적혀 있다. 정성이 담긴 꾸러미를 받은 회원들은 충성 고객이 된다.

이들은 평범한 꾸러미 농부들이 아니다. “회원들은 선택권이 없다. 뭘 넣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받는다. 우리가 추천한 것을 드시고 지지해준다. 대부분은 ‘먹거리 정의’에 동의하는 분들이다.” 김씨가 웃으면서 말한다. 회원들의 신뢰는 단단하다. 솔직한 소통은 큰 무기다. 에스엔에스(SNS)나 블로그에는 회원들과 나눈 담백한 대화가 수십 개다. 김씨는 “50명 이상 회원을 받기는 힘들다. 유기농 재배는 한 개인이 생산할 수 있는 양의 한계가 있다. 꾸러미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소농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판매) 방법이자 교류의 수단이 된다”고 말한다.

이 부부가 얘기하는 ‘먹거리 정의’는 박씨가 2013년에 설립한 소셜벤처기업 ‘푸드 앤 저스티스 지니스 테이블’(Food & Justice Genie’s Table, 이하 지니스 테이블)의 슬로건인 ‘먹거리 양극화와 먹거리 격차 해소’에도 잘 나타나 있다. 박씨는 “내려와 (유기농) 농사를 짓다 보니 우리가 부자만을 위해서 농사짓는 게 아닌데”라는 갈등과 “가난한 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든 건강한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문제의식이 들자 2013년 박씨는 먹거리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지니스 테이블을 만들었다. 설립하기 전에 아름다운재단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70여만원의 ‘먹거리 정의기금’을 종잣돈으로 모았다. 다른 지역의 저소득아동센터와 장애인의 자립 공간 등 13개 단체에 유기농 농산물을 무상으로 보냈다. 50여명의 회원에는 이들의 숫자가 포함되어 있어 일반 소비자 회원은 약 35명이다.

매달 건강한 먹거리로 진행하는
소셜 다이닝 행사
‘먹거리 정의를 이야기하는
30인의 밥상’
요리사, 연구원, 회사원, 주부 등 참여

‘유기농초록 텃밭’에서 보내는 제철 꾸러미. 사진 박진희씨 제공
박씨는 “그동안 (먹거리 운동은) 유기농을 널리 소비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지 이 유기농을 ‘누가 먹을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열성적인 활동가다. 2013년 12월부터 매달 소셜 다이닝 행사 ‘먹거리 정의를 이야기하는 30인의 밥상’을 서울 망원동에 있는 소셜벤처기업 ‘오방놀이터’에서 슬로푸드문화원, 오방놀이터와 공동으로 열었다. 강연과 밥상이 결합한 행사다. 각계 연사가 먹거리 강의를 마치면 따스한 밥상을 차리고 30여명이 나눠 먹었다. 대구신당종합사회복지관의 복지사가 들려주는 ‘먹거리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사례 발표, 음식 관련 출판사 대표가 말하는 출판 이야기, 농축산 이주노동자의 실태 보고, 토종 종자 연구가가 말하는 우리 종자 현황, 상수동 빵집 ‘퍼블리크’의 제빵사 김현지씨가 전하는 천연발효종빵 얘기 등, 소박한 강연이 펼쳐졌다. 매크로바이오틱 요리사 이명희, 20대 젊은 요리사 차현재, 심주석씨 등이 밥상을 차렸다.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전남 완도, 제주도 등에서 온 농부, 요리사,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맛집 탐방 식도락가, 주부, 회사원,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원생, 인권단체 활동가 등 직업도 연령도 다양하다. 참가비는 무료. 비용은 모두 먹거리정의기금에서 충당했다.

지난해 7월에는 ‘먹거리정의 시민프로젝트 공모전’도 열어 관련 두 개팀을 선정해 각각 200만원을 지원했다. 쌈지농부 천호균 대표를 비롯한 8명을 모아 먹거리정의위원회도 결성했다. 올해는 일반 시민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지역의 저농약 사과 재배 농부와 함께 도시인들을 초청해 ‘사과 포럼’도 했다. “사과를 따고 먹는 체험행사라고 생각하고 온 분들은 놀란다. 사과 전체를 빨갛게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가 몰랐던 사과 재배 얘기를 듣고 생각이 달라져서 간다.” 박씨가 말했다. 채소도서관도 5월께 만들 생각이다. “조금 흠집이 나고 크지 않아 비(B)급으로 분류된 채소들을 필요한 분들께 ‘대출’해줄 생각이다. 대출한 이들은 재능기부나 농활 등으로 갚으라고 할 생각이다.” 화학비료를 거리낌 없이 뿌렸던 지역농민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녹색연합’ 등에서 일했던 박씨와 ‘그랜드힐튼호텔’(옛 스위스그랜드호텔) 등에서 호텔리어로 일한 김씨는 자녀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삶을 선물로 주고 싶었다. 부부 금실이 좋은 이들은 네 자녀를 뒀다. 박씨는 어머니로서 지역 교육활동에도 몸담는다. 가정경제는 꾸러미 판매와 박씨의 교육컨설팅 활동으로 유지한다. 마을은 한때 인근에서 초등학생이 가장 많은 활기 넘치는 동네였다. 10년의 시간은 아이들 성장만큼이나 마을에 많은 변화를 안겨줬다. “한국 농촌의 변천사를 단 10년 만에 다 겪었죠.” 김씨가 말한다. 박씨는 “우리 마을은 머리카락 감을 때도 합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생태화장실은 왕겨 등을 뿌려 냄새를 없애 쓴다”고 한다. 호기심을 갖고 마을을 찾은 이들은 화장실을 보고 기겁을 한다. 요즘 웬만한 농촌에서도 보기 힘든 화장실이다.

김씨는 먹거리 활동에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느라 바쁜 아내를 보면서 “농사 동지가 없어 외롭다”는 애정 어린 타박을 한다. 귀농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따끔한 조언을 한다. “귀농해서 (마음을 채울) 자신의 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면서 정착하는 데 실패하는 이들이 많다. 농사도 일이지만 그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실현시키고 싶은 일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아내의 먹거리 활동들이 자랑스럽다.

올해 박씨는 ‘30인의 밥상’을 열 공간을 찾고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도 열어달라는 요구가 많다. 꾸역꾸역 조성했던 먹거리정의기금도 바닥이 났다. 2월27일 서울시청 인근에 있는 ‘스페이스 노아’에서 먹거리정의기금 후원을 위한 밥상모임을 연다.

장수/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전국 직거래장터 정보

대형마트의 규격화된 먹거리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작 어떤 곳을 골라서 주문서를 보내야 할지 난감한 초보자들을 위해 전국의 직거래 장터를 모았다.

박미향 기자, 도움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게으른농부네농장 해바라기씨, 차 등과 콩, 시금치, 양파, 쌀 등을 판매하는 곳. 40대 농부 송항건씨는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제, 무비닐 등을 원칙으로 재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에 올리는 작물 공고를 확인하고 신청해야 한다. 쌀은 1년 선불 예약제로 5㎏ 정도 소량을 1년 내내 배달. 올해 판매 가능한 작물은 돼지감자와 해바라기씨 차.(070-8848-0773/namdocoo70@naver.com)

금곡정미소 토종 앉은뱅이밀 판매. 백관실씨가 주인으로 4대째 우리 토종밀을 생산하는 곳이다. 앉은뱅이밀은 키가 50~80㎝로 작지만 영양소는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5000원(1㎏)부터.(055-756-1156/www.goldvalleymill.com)

포프리 100% 논지엠오(Non-GMO) 곡물을 사료로 생산하는 달걀과 두부 판매. 연해주 옥수수농장에 위탁 재배한 옥수수, 유기농 대두유, 무항생제 사료를 사용. 달걀 10알에 4800원. 두부는 한 모에 3800원. 3년째 동결된 가격이다.(1588-0029/fourfree.com)

풀섬농장 닭과 유정란을 판매. 수입사료 대신 직접 만든 사료 사용. 인공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넓은 우리에 사육. 대학에서 양계를 전공한 25살 동갑내기 강준식·이규성씨가 주인. 닭은 마리당 3만5000~7만원. 유정란 개당 1000원. 3·6·12개월 회원제로 운영.(010-4538-9572)

오고생이왓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유기농 귤, 산나물과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발효액 등 판매. 제주도 제주시에 위치한 농장. 귤 5㎏ 1만9000원, 10㎏ 2만9000원.(064-724-0986/010-6581-0986/www.facebook.com/jejubabsang)

잔다리마을공동체농업법인 전두부(생콩을 껍질만 벗긴 채 통째로 가루 내 만든 두부. 비지를 빼지 않고 만든 두부)와 두유 판매. 국산콩에 착색제, 유화제, 방부제 등 각종 첨가물을 넣지 않고 생산. 가격은 1만5000~1만8000원, 한 모에 4000원.(031-377-5866/storefarm.naver.com/jandari)

울릉도자연식품 울릉도산 명이나물절임, 산채나물, 자연산 돌김, 고로쇠 수액 등 판매. 사전예약 필수.(054-791-374/www.ulleungdonaturalfood.com)

꽃비원 사과, 배, 매실 등 과일류와 제철 채소 꾸러미를 판매. 30대 젊은 농부 정광하씨 부부가 운영. 현재 회원은 10명 정도. 올해 30여명까지 늘릴 계획. 한달에 두번 배송. 택배비 포함 2만5000원이다.(cafe.naver.com/flowerraining/facebook.com/flowerraining2013)

헬로네이처 생산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쇼핑매장.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는 점이 장점. 1000여개 생산농가가 연결돼 있다.(1644-4339/hellonature.net)

농부로부터 쌈지농부 천호균 대표의 아들 천재용씨가 운영하는 직거래 장터. 참기름, 들기름 등의 장류와 채소, 음료, 호박죽 같은 간편조리식품 판매.(031-943-9722/www.fromfarm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