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09 21:41 수정 : 2015.03.0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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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9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고, 아베 총리는 손을 이마에 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
독일사례 들며 역사반성 강조
언론 “일 정부에 정중한 독촉”
“과거에 대한 정리는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 간) 화해를 위한 전제다.”
7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독일이 2차대전의 과오를 정리할 수 있었기에 훗날 유럽의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나치가 저지른 무서운 죄악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우회적이지만 강하게 촉구한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올해 나란히 2차대전 패전 70돌을 맞이한다.
메르켈 총리는 <아사히신문> 주최 강연에서도 “(독일이 유럽 국가들과 화해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과거를 분명히 직시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가 일본에서 과거사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본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면서도 유럽 국가들과 역사적 화해를 이뤄낸 독일의 모습이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도록 이웃 나라들과의 ‘역사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일본과 뚜렷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이 아베 총리가 패전 70돌을 맞아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주요 내용을 계승하지 않는 새 담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예 이날 발언을 아베 총리에 대한 “정중한 독촉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이나 중국 등 일본의 주변국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유럽에서 화해가 이뤄진 데는 “(프랑스 등) 주변국의 관용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평화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다. 노력을 아까워하지 말고 평화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