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사용 후핵연료,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2차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
[싱크탱크 광장] ‘사용핵연료 관리방안과 쟁점’ 토론회
원자력 발전은 언제나 논쟁적이다. 값싼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여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핵폐기물) 처리에 대해선 누구도 답을 내지 못한다. 원전이 ‘화장실 없는 고급맨션’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핵폐기물의 99%를 차지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쓰레기’라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누구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김창섭 공론화위원) 난제 중의 난제가 되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지난달 26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어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방안과 쟁점을 논의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중간의제로 발표한 ‘2055년 영구처분과 영구처분 전 저장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둘러싸고, 2055년이라는 시한의 적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공론화위, 영구처분 시점 2055년 예상…근거 모호”고리 2016년·한빛 2019년 포화
영구처분 시설 불가피성 공감하나
핵폐기물 안전 저장·관리 해법 중요 현재 가동 중인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23기가 쏟아내는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00t에 이른다. 이미 쌓여 있는 양은 1만3200여t(2013년 말 현재)이다. 지금은 조밀저장(핵다발을 촘촘히 저장하는 방식)과 호기간 이동(원전 내 다른 시설로 이동하는 방식) 등 임시방편으로 해소하고 있지만,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한빛(2019년), 한울(2021년) 원전 등이 단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장능력을 최대한 확충하면 2024~2038년까지 시한 연장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추가저장 시설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수송 위험” 소내 저장 힘실어
임시저장 지역민들 반발·갈등 예고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 문제는 결국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모아진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길이 열린다 해도, 고준위 핵폐기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강정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하든 재활용하든 단기·중기적으로 중간저장은 필수적”이라며 “또한 재처리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고속로 상용화까지는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처리 여부가 당장의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사용후핵연료를 ‘제3의 부지’로 모아 중앙집중식으로 운영할 것(소외 저장)인지, 현재 원전 부지 안에 추가로 건설할 것(소내 저장)인지 여부다. 제3의 부지 선정은 극심한 갈등과 반발이 필연적이다. 소내 저장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는 각 원전에서 ‘임시저장’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년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고 있지만, 사실 현행법에는 임시저장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중간저장과 동일한데도, ‘임시저장’이라는 이름 아래 개별 원전 부지 안에 저장·관리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수송 과정의 위험을 들어 소내 저장 쪽에 힘을 싣고 있다. 강정민 교수는 “현재 각 원전 부지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밖으로 갖고 나와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일지는 모르나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며 소내 저장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사용후핵연료가 ‘임시저장’되는 지역에서는 정부가 주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극심한 갈등이 예고된다. 특히 경북 경주의 경우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을 유치하는 대신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시설은 지역 안에 두지 않겠다는 것을 방폐장 특별법에 명문화한 바 있다. 하지만 경주 월성원전에는 1992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되어 있고, 2010년부터는 조밀저장(핵다발을 촘촘히 저장하는 방식) 시설인 ‘맥스터’가 새로 가동되고 있다. 즉 1992년 4월부터 현재까지 23년간 사용후핵연료가 ‘임시’로 저장되고 있는 것이다. 경주에서는 공론화위가 중간저장 시설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이 ‘2055년 영구처분장 건설’을 권고한 것에 대해, 사용후핵연료를 현재의 원전 소재 지역에 계속 두겠다는 ‘꼼수’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재근 경주와이엠시에이(YMCA) 원자력아카데미 원장은 “임시저장에 대한 법적 용어가 없는 상태에서 수십년째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안에 두는 것은 경주시민에 대한 우롱”이라며 “정부가 임시저장 형태를 지속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원장은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할 당시, 정부가 지질안정성과 안전보다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지역을 ‘현혹’한 점과, 그나마 약속한 3대 국책사업과 3000억원 현금 지원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저준위 원전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현재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창섭 공론화위원은 “특별법이 제정되던 때는 임시저장에 급급해 최종처분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특별법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며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얻어야겠지만, 현행법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기는 어려운 만큼 여러 가능성을 두고 심도있게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 올 6월 임기 끝나…“공론화위, 공론화 대원칙부터 세워야”
시설부지 선택 발상의 전환 필요
“원전 인근 주민 영향도 고려해야”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지역대책위원회,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등 반핵단체 회원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충무로1가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앞에서 위원회 해체와 핵폐기물 처리의 합리적 방안 도출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이나 장갑, 부품, 걸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높지 않은 폐기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또는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선의 세기가 강한 폐기물 재처리
사용후핵연료를 녹인 뒤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을 뽑아내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는 방법 영구처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등)을 지하 수백미터에 묻는 등 인간의 생활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것 임시저장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자체적으로 저장하는 것을 의미 중간저장
사용후핵연료를 제3의 기관(원자력환경공단)이 인수해 처리하거나 영구처분 전까지 일정 기간 저장하는 것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이나 장갑, 부품, 걸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높지 않은 폐기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 또는 핵연료의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선의 세기가 강한 폐기물 재처리
사용후핵연료를 녹인 뒤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을 뽑아내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는 방법 영구처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등)을 지하 수백미터에 묻는 등 인간의 생활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것 임시저장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에 자체적으로 저장하는 것을 의미 중간저장
사용후핵연료를 제3의 기관(원자력환경공단)이 인수해 처리하거나 영구처분 전까지 일정 기간 저장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