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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해야”/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1. 09:45

국제

일본

메르켈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해야”

등록 : 2015.03.10 20:07 수정 : 2015.03.10 22:25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가 10일 도쿄에서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만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서 민주당 대표와 면담
연이틀 “과거사 직시해야”
일 정부, 파장 최소화 애써

일본을 방문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일 한-일 갈등의 핵심 현안인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이 (이 문제를) 분명히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도 “과거의 정리(총괄)가 화해를 위한 전제가 된다”고 말하는 등 7년 만에 일본을 찾아 이틀 연속으로 일본 정부에 과거사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메르켈 총리는 방일 이틀째를 맞는 이날 오전, 일본 제1야당 대표인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만나 40분에 걸쳐 역사와 안보 현안 등 양자간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오카다 대표가 “전후 70년이 되지만 일본은 중국·한국 등과 화해를 이뤘다고 말하기 힘들다. 독일의 경우는 어땠느냐”고 묻자, 메르켈 총리는 “과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늘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역사에서 한번 저지른 잘못을 완전히 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늘 지난 과오를 되새기며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일 관계를 직접 언급하며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카다 대표는 “메르켈 총리가 자발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동아시아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일-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일본과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해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틀 연속 아베 정권을 향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긴 데 대해선 평소 그의 신념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독일사)는 “동독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개인적 역정, 집권 기민련에서 리버럴에 속하는 정치적 입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독일의 사회적 합의 등을 생각해 볼 때 메르켈 총리가 아무 말도 안 했다면 그쪽이 오히려 더 이상했을 것”이라며 “독일 언론에서도 메르켈 총리가 할 말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아사히신문>에선 한·중·일 동아시아 3국간의 긴장이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독일에도 간과하기 힘든 현실적인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는 현실론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메르켈 총리 발언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메르켈 총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주변국들이 서로 타협하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의 사정은 달라 이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예전에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점에 대해선 아베 내각도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베 총리도 이날 열린 도쿄 대공습 70주년 추도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과거를 겸허히 마주하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며 세계의 항구 평화를 위해 공헌해 가겠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