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09 19:58 수정 : 2015.03.09 22:16
4분기 성장률 0.6%→0.4%로 줄어
3분기만에 플러스 성장 돌아섰지만
작년 제로성장…전년도 보다 후퇴
아베노믹스 성과 두고 논란 일듯
지난 4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면서 일본 경제가 지난해 ‘제로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과감한 돈풀기를 뼈대로 한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는 빠져나왔으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내각부는 9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전기 대비 0.4%로 지난달 나왔던 속보치 0.6%보다 0.2%포인트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연율로 환산했을 때 4분기 성장률은 1.5%로 이전의 속보치 2.2%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이번에 발표된 4분기 성장률은 하향 조정되기는 했지만 세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 뒤 2분기와 3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침체에 빠졌던 데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로 보면 성장률은 0%로 2012년과 2013년의 플러스 성장에 비해 후퇴했다.
4분기 성장률 확정치 내용을 보면 기업의 설비투자와 재고가 성장률 기여도에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애초 속보치에서는 0.1%였으나 이번에 발표된 확정치에서는 -0.1%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나왔고, 재고도 0.2%에서 -0.2%로 악화됐다. <아사히신문>은 “기업이 생산을 늘리지 않고 재고 조정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스엠비시(SMBC)닛코증권의 미야마에 고야 애널리스트는 “소비세율 인상 뒤 소비 회복이 약해서 기업이 설비투자에 신중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2분기와 3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의 주요 원인이었던 개인소비는 약간 개선됐다. 개인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속보치에서 0.3%였으나 확정치에서는 0.2%포인트 상승한 0.5%로 나타났다. 다만, 내각부는 개인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자동차와 의류의 재고조정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취임 뒤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시키겠다면서 대담한 금융정책, 적극적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일으킬 수 있는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이루어진 아베노믹스를 추진해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 기술적 침체로 들어서자, 아베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인 통화완화 정책을 강화했다. 지난해 10월31일 연간 10조~20조엔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의 계속된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올 1월 경상수지가 614억엔 흑자로 7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아베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계속 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을 아직 확신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본 경제가 소비세율 인상 여파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정치에서 4분기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것은 일본 경제가 아직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미즈호증권의 미야가와 노리오는 <에이피>(AP) 통신에 “일본 경제는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정책 집행자들이 이야기하는 경기 선순환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