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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2의 체르노빌' 우려/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0. 12:46

국제

일본

후쿠시마, ‘제2의 체르노빌’ 우려 확산

등록 : 2015.03.09 21:18 수정 : 2015.03.10 09:05

지난달 14일 일본 이바라키현 모리야시의 ‘모리야시민교류플라자’에서 아이들이 갑상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갑상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추적 조사를 후쿠시마현 내 어린이들에게만 한정하고 있어, 주변 지역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4년…현장 가보니
갑상샘 암 조사 1차 “이상 없음”→2차 1명 확진·7명 의심 판정

“으아앙, 엄마 아파!”

“괜찮아, 하나도 아프지 않단다. 목을 조금 더 위로 올려보렴.”

지난달 14일 일본 이바라키현 모리야시의 ‘모리야시민교류프라자’. 침상에 누워 갑상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한 초음파 검사를 받던 이노우에 다테루(6)가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앞에 설치된 화면을 응시하던 다나카 유미코 쓰쿠바대 대학원 교수(응용방사선의학)가 달래자, 다테루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정면을 보기 시작했다. 검사를 받은 아이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치된 화면에선 만화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사고 때 만 18살 이하 37만 명 추적
주변 지역 제외 정부 대응 논란
간토지역, 자체적으로 검사 실시
체르노빌 4~5년 뒤 발병률 20배↑

2011년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4년이 지난 현재, 당시 유출된 대량의 방사선 물질은 아이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일본에선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사고 당시 만 18살 이하였던 37만명을 대상으로 갑상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추적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1차 조사는 2011년 가을께 시작돼 지난해 3월 끝났고, 지난해 4월부터 2회째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참사 때도 사고 이후 4~5년이 지난 뒤부터 어린이들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많게는 20배까지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후쿠시마에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감상샘암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나온 보도를 보면 1차 조사 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던 아이들 가운데 1명이 갑상샘암 ‘확진’, 7명이 암으로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조사에서 이런 아이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면, 후쿠시마에서도 체르노빌처럼 ‘어린이 갑상샘암’의 증가라는 비극이 재확인되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진행중인 어린이 갑상샘암 검사가 후쿠시마현 내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량 방출된 방사능 물질은 구름을 타고 주변으로 퍼져 이바라키현·도치기현·치바현 등 간토 지방의 일부에 비에 섞여 내렸다. ‘핫 스팟’으로 불리는 이런 지역들의 방사선 선량은 후쿠시마현 일부 지역보다 더 높다.

그 때문에 간토지역의 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지역 모임들은 2013년 9월 ‘간토어린이건강조사 지원기금’을 설립해 돈을 모아 갑상샘 조사를 할 수 있는 초음파 검사기를 구입했다. 지원기금은 지난해 말까지 2682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고, 올 들어서도 모리야시를 포함해 이바라키현과 치바현에서 3번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9월까지 검사를 받은 1818명의 어린이 가운데선 1명에게서 악성 종양 의심자가 발견됐고, 6명에게서 5.1㎜이상의 결절이 확인됐다. 그러나 원전 사고와의 인과관계는 아직 증명되지 않고 있다.

이날 검사를 진행한 다나카 교수는 “이날 검사를 받은 150명 가운데선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꾸준히 추적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리야(이바라키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