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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쟁 반성 통해 새 현실 만드는 상상력 가져라/오에 겐자부로/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3. 12:14

국제

일본

“일본 전쟁 반성 통해 새 현실 만드는 상상력 가져라”

등록 : 2015.03.12 20:11 수정 : 2015.03.12 20:11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오에 겐자부로 세계미래포럼 참석
아베 과거사 부정 강도높게 비판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의 끔찍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통해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12일 연세대와 김대중도서관이 학교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백양콘서트홀에서 연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에 참석한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81·사진)는 아베 총리 등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과거 부정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인간 감성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에서 “현실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상상력만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나는 상상력이야말로 현실과 강하게 결부된다고 본다”며 이렇게 호소했다. 199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그는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의 요청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나는 전후 세대로서 10~20살 때 전쟁 뒤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는 가운데 내 일과 관련된 모든 감수성을 길렀다. 반면 아베는 그 시기를 가장 떠올리기 싫고 부끄러운 시대로 생각하는 듯하다. 아베는 2차 대전을 경험하지도 못했고, 그때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베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아베 총리는 전후 10년 동안 일본 사회가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것을 위해 노력한 것을 모두 부정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고 한다”고 진단한 그는 “더 큰 문제는 일본인 절반 이상이 이런 정권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아베를 지지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우려했다. 이어 “일본이 아시아에 대해, 특히 한반도 한국 국민에 얼마나 큰 범죄 저질렀나. 나는 일본이 이에 대해 충분히 사죄했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58년 첫 소설을 발표한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전후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평화주의자다. 1994년 <만연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고 뒤 원전 반대와 아베 정권의 군사주의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그는 “내 나이가 한국 나이로 81살, 벌써 여든이 넘었다”며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각자 개인의 감각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데 달려있다. 그렇게 당부하고 생각하고 나는 앞으로 죽어갈 것이다.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미래세대 인간으로서, 감성과 감수성이 결합하면 더 분명한 지혜의 지침을 얻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