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간 나토오 전 일본 총리의 충고... "원전 사고 때 입게 될 피해 등골 오싹"/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3. 19. 08:40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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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수습 일본 총리의 충고…“원전 사고 때 입게 될 피해 등골 오싹”

등록 : 2015.03.18 20:50 수정 : 2015.03.18 22:06

 간 나오토, 울산서 기자간담회
“원전 필요성 주장 진짜 이유는
기업·관료·학자들 기득권 유지”

간 나오토 전 일본 내각총리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지도, 운영 비용이 싸지도 않다고 이미 밝혀졌습니다. 그런데도 관련 전문가들이 원전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진짜 이유는 원전을 기반으로 한 기업, 관료, 학자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간 나오토(69·사진) 전 일본 내각총리는 1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원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의 핵심을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내각총리였다.

그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문제와 관련해 “원전은 오래될수록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사고 때도 가장 오래된 1호기에서 노심이 녹아드는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원전도 중대사고가 1억년에 한 번 날 만큼 안전하다고 장담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그 여파로 4년이 지난 지금도 12만여 주민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생활로 고초를 겪고 있다. 1억년은 고사하고 최근 60년 사이 지구상에서 발생한 원전 중대사고가 3건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후쿠시마 사고 때만 생각하면 공포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고 전만 해도 안전을 유지하면서 원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고 뒤 잘못된 판단이란 걸 깨달았다. 원전을 사용하면서 얻는 이점도 있겠지만, 사고 발생 때 입게 될 피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 사고 규모나 양상은 대규모 전쟁과도 같다”고 말했다.

2011년 8월까지 총리를 맡은 그는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경험을 토대로 원전 관련 책들을 펴내고, 미국·대만·영국·프랑스 등의 원전 반대운동 단체 초청을 받아 강연도 해왔다. 국내엔 지난해 10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자총회 기간에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 환경운동연합 등의 초청으로 방문해 부산·울산·경주 등에서 강연회를 연다.

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