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煙霧)가 내리는 초가마을에 노을이 비껴가면
일제히 솟구치던 굴뚝연기가 기괴하다.
석양일까, 밤일까, 아침일까,
생명은 조야(粗野)한 들판에서
문명을 두려워하다 침략을 당한다.
노천시장에서 나무꾼들이 장작을 팔고,
아낙네가 김치를 내다팔던 마을에는
여전히 상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백성은 머리를 조아리며 민주주의를 의심한다.
두려움은 내부의 적에서 시작되는 것
제국주의의 환영(幻影)이 지나가고
예속된 자의 슬픔은 꽁꽁 묶여있다.
당신이 무지한가, 내가 잔인한가,
냉소는 발가벗겨진 생명에게 무의미한 언사다.
냉혹한 창검을 문명이라고?
아니,
세상에는 온정이 냉담과 함께 존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