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위험한 원전’ 공감대가 폐쇄 권고 이끌어/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6. 13. 11:55

경제경제일반

‘위험한 원전’ 공감대가 폐쇄 권고 이끌어

등록 :2015-06-12 21:18수정 :2015-06-12 21:32

 

고리원전 1호기 폐쇄 권고까지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 37년 만에 사실상 영구 정지(폐쇄)될 운명에 놓인 것은, 지역 시민단체들이 정부와 원자력산업계를 상대로 끈질길게 싸워 모처럼 이긴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부산의 시민단체들은 2007년 원전 운영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고리 1호기의 가동을 10년 더 연장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으나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냉소적인 분위기 속에 1차 수명 연장 저지에 실패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부산시민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반지름 30㎞ 안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것을 보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실감했다. 부산에는 앞으로 들어설 예정인 4~6기를 포함하면 최대 12기의 원전이 가동될 상황이어서 위기감이 더했다.

후쿠시마 참사 뒤 인식 대전환
부산시민본부, 보수단체도 아울러

잦은 사고에 원전 반대운동 확산
주민 갑상선암 피해에 절박해져
김무성·문재인 등 정치권도 가세

원전 반대 단체들은 외연을 넓혔다. 2011년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올해 2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끌어들여 120여개의 단체가 참여하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고리원전 1호기의 잦은 사고는 원전 반대 운동에 불을 지폈다. 특히 2012년 한수원 고리본부가 고리 1호기의 전원이 12분이나 끊기고 비상발전기마저 먹통인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사실을 한달 이상 숨긴 사실이 드러나 부산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 2012년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원전 부품 성능시험 성적서를 조작한 사실들이 검찰 수사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처음으로 고리원전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피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점에 이르렀다.

여야 정치권도 거들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부산 출신 국회의원 13명과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세계 폐로기술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고리원전 1호기를 폐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7일 부산역 앞에서 “정부는 고리원전 1호기를 즉각 폐쇄하고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도시 부산 만들기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와 기장군·의회도 고리 1호기 수명 2차 연장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방문하며 고리 1호기의 폐쇄를 간절히 바라는 부산시민의 뜻을 전달했다. 마침내 국가에너지위원회는 12일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한수원에 권고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다윗이 골리앗에 맞서 외롭게 오랫동안 벌였던 원전 반대 운동이 결실을 보게 돼 너무 기쁘다. 국가기관의 권고를 한수원이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