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관령 목장 여행/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7. 16. 19:57

esc

끝없이 펼쳐진 초록바다, 달려봐 하이디처럼

등록 :2015-07-15 20:24수정 :2015-07-15 22:16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하늘목장’ 2단지의 목초지 일부 풍경. 2단지는 승마 외승체험객들에게만 공개되는 곳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하늘목장’ 2단지의 목초지 일부 풍경. 2단지는 승마 외승체험객들에게만 공개되는 곳이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여행
40년 만에 개방된 대관령 하늘목장…여의도 4배 면적에 승마·트랙터마차 체험 등 가족 놀거리 풍성
머리 위도 발밑도 망망대해다. 깊고 깊은 심연의 짙푸른 하늘 아래, 올망졸망 섬들을 거느린 흰 구름바다가 눈부시게 깔렸다. 그 사이로 초록빛 언덕들이 일렁이며 또 다른 대해를 이루는데, 불어가고 불어오는 바람이 다 초록빛이다. 바람과 구름과 하늘을 쉼없이 자르고 부수고 흩뿌려 풀밭을 기름지게 하는 건 초록 언덕을 따라 도열한 거대한 바람개비들의 몫이다. 해발 1000m 고원에 자리잡은 1000만㎡ 넓이의 광활한 목초지, 평창군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만난 아침 풍경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옛 이름 한일목장)은 지난해 가을, 4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되며 인기 가족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광활한 목초지와 울창한 숲, 깨끗한 계곡을 품고 있어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체험여행지로 선택할 만하다.

하늘목장 1단지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당시 촬영세트 일부를 재현해 놓은 모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하늘목장 1단지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당시 촬영세트 일부를 재현해 놓은 모습.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선자령 옆 해발 1000m 고원의 광활한 목장

지난해 가을까지 대관령 일대의 목장 하면 누구나 삼양목장과 양떼목장을 떠올렸다. 두 곳 모두 경관 좋고 운치 있는 곳이지만, 그동안 숨겨져 있던 하늘목장의 손때 덜 탄 경관들과 다양한 체험거리들이 알려지면서, 하늘목장은 단박에 대관령의 대표적 체험 목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옛 한일목장과 삼양목장은, 1970년대 초 정부가 우유·쇠고기 공급을 위한 목장 건설을 추진하며 1974년 문을 연 국내의 대표적인 목장이자 대관령의 터줏대감들이다. 하늘목장은 올해부터는 주변의 펜션, 농촌체험마을, 고산식물농장 등과 연계해 한층 풍성한 볼거리·체험거리들을 갖추고 여행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목욕중인 승마체험용 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목욕중인 승마체험용 말.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하늘목장이 주변 목장들에 비해 돋보이는 점은 여러가지다. 옛 목장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목동들의 이동로를 이용해 다양한 산책 코스를 마련했다는 점,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빽빽하게 우거진 숲과 그 사이로 흐르는 청정 물길을 품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관령 일대의 최고봉인 선자령(1157m)과 접해 빼어난 전망을 선사한다는 점 등이다. 목장 안으론 청정 분위기 유지를 위해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동물 먹이주기 체험 말고도 승마 체험, 트랙터마차 체험, 건초 더미에서 뛰어노는 짚풀마당 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마련했다는 점도 그렇다. 목초지들에서 철마다 피고 지는 갖가지 야생화들은 덤이다. 목장 쪽이 40년간 닫아뒀던 목장 문의 빗장을 풀며 내세운 콘셉트도 ‘국내 첫 자연 순응형 체험목장’이다.

여의도 면적 4배에 이르는 하늘목장은 두 지역으로 나뉜다. 송천 물길 옆 입구에서 동북쪽으로 선자령을 향해 뻗은 1단지와 서북쪽 황병산을 향한 능선에 자리한 2단지다. 두 목초지에서 홀스타인 젖소 400여마리, 한우 100여마리, 양 40여마리, 승마 체험용 말과 경주마 등 20여마리, 그리고 염소·산양 등 600여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곳은 산책로와 체험거리 등을 갖춘 1단지이고, 2단지는 승마체험(외승)자에게만 공개된다.

하늘마루 전망대서
탁 트인 경관 감상한 뒤
목장길 산책
햇빛 따가워도 고지대 선선한 바람
울창한 숲과 맑은 물줄기도 반기네

하늘목장 1단지 ‘가장자리 목장’의 젖소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하늘목장 1단지 ‘가장자리 목장’의 젖소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트랙터마차로 올라 전망 감상 뒤 숲길 산책

이 목장을 목장답게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1단지 하늘마루 전망대에서의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한 뒤 목장길을 따라 거니는 것이다. 1단지에 가장자리숲길·너른풍경길·숲속여울길·종종걸음길 등으로 이름 붙인, 400m~2㎞ 길이의 산책로 4개 코스가 마련돼 있다. 햇살은 따가워도 고지대인데다 늘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어 더위가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따가운 햇살이 싫다면 숲이 터널을 이룬 400m 길이의 숲속여울길을 걸어볼 만하다. 길옆으론 목장 안에 이런 데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송천 최상류의 맑은 물줄기가 숨어 있다.

입구에서 하늘마루 전망대까지 운행하는 트랙터 마차를 타면 편하게 전망 좋은 목초지 언덕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목장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세워져 쉭쉭 거센 바람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들 너머로, 황병산·오대산 등 백두대간 일대의 산줄기들과 진부·횡계 등 주변 마을들과 용평스키장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운 좋으면 발밑에 깔린 구름바다를 헤치며 목초지를 산책하는, 황홀한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곳이다. 전망이 더 좋기는 물론 선자령 쪽이다. 목장 입구에서 가장자리숲길과 너른풍경길을 따라 1시간40분 정도 걸으면 선자령에 이른다. 여기선 동해 바다와 강릉 시내도 훤히 내려다보인다. 트랙터 마차로 하늘마루 전망대까지 오른 뒤 걷기 시작하면 50분이면 선자령까지 갈 수 있다.

목장 쪽의 안내로, 말을 타지 않고 2단지의 경관도 만나봤다. 1단지의 경관은 물론 이웃한 삼양목장의 드넓은 목초지들까지 휘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대관령 일대에 설치된 49개(하늘목장 쪽 29개, 삼양목장 쪽 20개)의 풍력발전기 거의 모두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하늘목장 김수강 이사는 “2단지 초원의 경관이 조금 더 볼만하지만, 목장 보전을 위해 승마 경험이 있는 이들의 외승 체험 코스로만 예약을 받아 개방한다”고 말했다.

하늘목장의 풍력발전기 행렬과 어우러진 목초지 경관은 언제나 볼만하지만, 비 갠 뒤 찾으면 더 좋다. 온 사방으로 내달리는 푸른 산줄기들이 아득하게 펼쳐진 광활한 경관이 기다린다.

하늘목장 1단지의 풍력발전기들이 막 동터오는 새벽 햇살을 맞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하늘목장 1단지의 풍력발전기들이 막 동터오는 새벽 햇살을 맞고 있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물구비 체험마을·야생화 농장도 들러볼 만

대관령 하늘목장 오고 가는 길에 둘러보면 좋을 곳들도 많다. 오대산 월정사, 방아다리약수, 봉평 이효석 유허지, 흥정계곡, 금당계곡 등이 이름난 여행지들이다. 대화면 금당계곡 물길의 물구비마을은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농촌체험마을이다. 주변의 개수리·상안미리·하안미리 9개 마을이 체험마을 권역을 형성해 다양한 체험행사를 선보였다.

캠핑사이트와 카라반을 갖춘 오토캠핑장, 산골 과수농원인 천지애농원, 치즈·피자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목장체험장 등이 마련돼 있다. 농약 없이 사과와 오미자를 재배하는 천지애농원에선 여름철에 피망과 옥수수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을엔 사과·오미자 수확 체험을 진행하고 자연학습과 인성교육을 곁들인 숲체험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농원에선 맛과 영양에서 최고급 사과로 꼽힌다는, 골프공 크기의 알프스오토메 품종 사과나무들과 150m 길이의 오미자 터널 등도 만날 수 있다.

희귀 야생화에 관심이 있다면 용평면 속사리의 고산식물 농원에 들를 만하다. 국내외 400종의 희귀 야생화를 보유한 개인 농원이다. 야생화를 수집·재배·판매하는 곳이어서 군락을 이룬 대규모 야생화 무리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냉초·물싸리 등 백두산 자생 식물들을 비롯해, 금강분취·섬시호·흰색금낭화·벼룩이울타리·개불알꽃·한계령풀 등 희귀종·멸종위기종의 다양한 야생화들을 만나보고 구입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평창/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평창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가다 횡계나들목에서 나간다. 횡계리에서 의야지 마을 거쳐 삼양목장 쪽으로 오르다 보면 오른쪽 대형 주차장 옆으로 하늘목장(대관령면 꽃밭양지길 458-23) 입구가 나온다.

하늘목장 체험거리 목장 입장료 5000원, 승마체험 1만원, 목장 2단지 외승체험 2시간 20만원, 트랙터 마차 체험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양떼 체험 2000원, 먹이주기용 건초 1000원.

먹을 곳 대관령면 소재지인 횡계리의 대표 음식은 황태요리. 황태회관·황태덕장 등 황태 전문식당들이 많다. 25년 넘게 황태를 다뤄온 황태회관은 직접 황태덕장을 운영하며 황태국·찜·전골·구이와 황태맛국수·황태불고기·북어조림 등을 차려낸다. 진부리 부일식당의 산채백반, 명진왕갈비탕의 왕갈비탕, 속사리 송하정 식당의 산채비빔밥 등.

묵을 곳 속사나들목 부근 숲속의 엘빈의숲은 하늘목장과 제휴한, 독채형 객실 22개(4인실 13만9000원)를 갖춘 단지형 펜션. 숙박객에게 하늘목장 입장권을 무료 제공한다. 봉평읍 지역의 펜션들에서 묵으면 하늘목장 입장료와 트랙터마차·건초먹이 패키지 티켓(1만1000원)을 7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대화면 물구비체험마을 오토캠핑장은 캠핑사이트와 함께 카라반 12대를 운영한다. 1박 8만~12만원. 텐트 대여는 5만~7만원. 횡계리·진부리에도 펜션과 모텔이 있다.

여행 문의 대관령 하늘목장 (033)332-8061~3,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399, 용평리조트 (033)335-5757, 대관령면사무소 (033)330-2608, 물구비마을 영농조합법인 (033)333-6692.

여행공책

10년간 400여개의 국내 유인도를 걸어서 답사해온 섬 여행 전문가 강제윤 시인이 또 하나의 섬 여행 안내서 <당신에게, 섬>(꿈의지도)을 펴냈다. 이번 여름휴가 때, 섬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가져가 읽어볼 만한 책 중 하나다. 섬에 새겨진 주민들 삶의 애환과 전통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쓰다듬으며 펼쳐 보여준다. 가난하고 나이든 주민들과 함께 먹고 자고 대화하며 걸어서 여행한 39개의 섬 이야기다. 함께 실은, 시인의 가슴 저린 섬 관련 시들과 직접 찍은 풍경 사진들도 울림이 크다. 특별한 경관과 토속음식들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350쪽. 1만4000원.

롯데월드 어드벤처(www.lotteworld.com)는 7월24일(금요일) 밤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서머 댄스 나이트 파티’를 벌인다. 아이돌그룹 ‘비투비’ ‘마이네임’이 신나는 댄스음악을 선사한다. 실내 롤러코스터인 ‘후렌치 레볼루션’과 ‘후룸라이드’ ‘쿨 서핑보드’ 등 14종의 놀이기구도 즐길 수 있다. 티켓은 위메프·쿠팡·티몬·지마켓·옥션 등에서 1만7000원, 현장 구매는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