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로키산맥의 위엄/ 김산환 여행작가/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7. 9. 08:52

esc

독수리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로키산맥의 위엄

등록 :2015-07-08 20:28수정 :2015-07-08 20:29

 

베어 험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워터턴 호수 풍경.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베어 험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워터턴 호수 풍경.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매거진 esc] 여행
캐나다 앨버타주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 트레킹…프린스 웨일스 호텔 경관도 일품
세상의 이름난 여행지들엔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단 한 장면’이 있다. 빙하가 만든 걸작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 해안절벽에 제비 둥지처럼 자리한 파란 돔의 지붕과 눈부시게 하얀 집이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 버섯 모양의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터키 카파도키아, 구름 위에 책상처럼 펼쳐진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테이블 마운틴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나라 이름만 들어도 저절로 그곳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 앨버타주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에도 캐나다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풍경 하나가 있다. 깎아지른 바위산들 사이에 펼쳐진 호수와 언덕 위에 솟은 영국 빅토리아식의 호텔, 프린스 웨일스 호텔이다. 이 풍경 사진 한 장에 캐나다의 자연과 영국에 뿌리를 둔 캐나다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로키산맥 미국 접경…호숫가 트레킹코스 즐비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은 북미 대륙의 서부를 관통하는 로키산맥의 북부, 캐나다·미국 경계에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500㎞ 거리에 밴프와 재스퍼 같은 캐나디안 로키의 국립공원이 있다. 워터턴 레이크스는 로키산맥의 일부인 만큼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2000~3000m에 이르는 경관 빼어난 산들과 빙하가 녹아 흘러든 호수가 어울려 있다. 특히 국립공원의 중심에 자리한 호수 위로 미국과의 국경이 지나간다. 워터턴 타운에서 배를 타고 가면 국경을 넘어 미국의 로키산맥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사실, 이 국립공원은 남과 북을 일직선으로 곧장 가른 국경선에 의해 미국령과 캐나다령으로 나뉘어 있지만 양쪽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령에 속한 쪽이 좀더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미국 쪽에선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과 맞닿은 로키산맥을 글레이셔 국립공원으로 부르는데, 국립공원 면적이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보다 20배쯤 더 크다.

규모는 작아도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은 로키산맥의 당당한 축으로, 멋진 경관들을 품고 있다. 이 경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당연히 트레킹이다. 워터턴 호수를 감싼 산들과 호숫가를 따라 무수한 트레일이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이 가운데 자신의 체력과 취향에 맞는 트레일을 따라 며칠씩 트레킹을 즐긴 뒤 휴식하는 것으로 소일한다.

베어 험프 트레일 꼭대기
백만불짜리 전망 선사
평탄한 레드록 캐니언
곰 만날까 두근두근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프린스 웨일스 호텔’.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프린스 웨일스 호텔’.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백만불짜리 전망’ 선사하는 베어 험프 트레일

수많은 트레일 가운데 놓칠 수 없는 곳이 베어 험프 트레일이다. 워터턴 타운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여행자 안내소에서 곧장 올라가는 이 트레일은 워터턴 국립공원의 전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베어 험프는 호숫가에 우뚝 솟은 봉우리라, 마치 독수리의 시선으로 발밑 풍경을 내려다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베어 험프로 가는 트레일은 길지 않다. 다만 처음부터 전망대까지 계속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여행자 안내소를 출발해 30여분 비지땀을 흘리면 사방이 탁 트인 마당바위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백만불짜리’다. 창끝처럼 치솟은 로키산맥을 찢으며 남쪽 미국을 향해 흘러들어간 호수와 호숫가에 평화로이 자리한 마을 풍경이 탄성을 부른다. 호수에는 크루즈가 오가고 카약도 점점이 떠 있다. 캐나다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프린스 웨일스 호텔도 호숫가 남쪽에 자리한다.

타운에 있는 호텔 정원에서 만난 사슴들.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타운에 있는 호텔 정원에서 만난 사슴들.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는 레드록 캐니언도 좋다.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계곡이 붉은 바위로 되어 있다. 유난히 붉은 바위를 가르며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계곡은 높낮이가 거의 없어 누구라도 쉽게 오갈 수 있다. 왕복 1시간이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다. 레드록 캐니언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곰을 보기 위해서다. 국립공원에는 사슴을 비롯해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그중에서도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곰은 여행자를 가장 설레게 하는 동물이다. 레드록 캐니언으로 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산비탈에서 어슬렁거리는 곰을 만날 확률이 높다. 조금 ‘격렬하게’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은 하루가 꼬박 걸리는 코스를 찾아간다. 워터턴 타운에서 곧장 시작하는 카슈(Carthew) 산이 대표적인 코스다. 워터턴 호숫가를 따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1~2시간쯤의 가벼운 트레킹이 된다.

워터턴 호숫가를 산책하다 쉬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워터턴 호숫가를 산책하다 쉬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레드록 캐니언의 붉은색 바위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거니는 트레커들.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레드록 캐니언의 붉은색 바위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거니는 트레커들.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국립공원 안에서의 드라이브도 즐겁다. 드라이브를 하다 곰이나 사슴과 같은 야생동물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국립공원에는 레드록 파크웨이와 아카미나 파크웨이 2개의 길이 있다. 두 길 모두 포장도로로 15㎞쯤 거리다. 반나절 일정으로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레드록 파크웨이는 레드록 트레일을 탐방하러 가는 길에 찾아간다. 아카미나 파크웨이의 끝은 캐머런 호수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의 빙하 호수 중 하나로, 풍경도 아름답다. 이곳에서 고개를 넘어 카슈 크리크를 따라 워터턴 타운까지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또 호수 오른쪽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가볍게 산책을 다녀와도 된다. 국립공원 안에서 드라이브를 나설 때는 샌드위치를 비롯한 점심을 마련해서 피크닉을 하는 게 좋다. 곳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있어 한가롭게 점심을 먹기 좋다.

최고 명당의 으뜸 경관, 프린스 웨일스 호텔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프린스 웨일스 호텔이다. 워터턴 호숫가 최고의 명당에 자리한 이 호텔 덕에 국립공원이 더욱 빛이 난다. 이 호텔의 이름은 세기의 로맨스로 널리 알려진 영국 에드워드 8세의 즉위 전 황태자 시절 이름에서 따왔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와 사랑에 빠지는데, 영국의 귀족들은 왕위와 사랑 사이에 선택을 강요한다. 결국 그는 사랑을 택하며 왕위를 동생 조지 6세에게 물려준다. 프린스 웨일스는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함의 이름이기도 하다. 호텔 로비에는 이 배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처럼 풍경만큼이나 이름에 얽힌 사연도 절절한 이 호텔은 복고풍 외관만큼이나 시설도 낡은 편이다. 보통 6월 중순에 문 열어 9월 중순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숙박의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국립공원에 깃든 호텔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워터턴 레이크스 타운 캠핑장.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워터턴 레이크스 타운 캠핑장. 사진 김산환(여행작가)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기념품점이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30분이면 족히 다 구경을 하고도 남을 만큼 아담한 마을이다. 이 마을의 중심에 캠핑장이 있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을 찾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이 캠핑장에 머문다. 캠핑카를 이용하는 야영객들이 대부분이지만 텐트를 이용하는 야영객도 많다. 이 캠핑장이 특별한 것은 캠핑장이 마을의 중심이자 호숫가와 붙은 가장 좋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캠핑 사이트도 하나의 객실’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인들의 생각이 그대로 적용된 캠핑장이라 할 수 있다. 이곳 말고 레드록 파크웨이에도 캠핑장이 하나 더 있지만 그곳은 외지고 시설도 부족하다. 타운 안에 있는 캠핑장에 자리가 없을 때 이용할 수 있다.

워터턴(앨버타)/김산환(여행작가)

캐나다 워터턴 국립공원 여행 정보

캐나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 위치
캐나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 위치
● 캐나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으로 가려면 앨버타주의 주도 캘거리로 가야 한다. 인천~캘거리는 직항편이 없다. 밴쿠버를 경유하거나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을 경유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캘거리에서 국립공원까지는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며, 4~5시간쯤 소요된다. 길은 아주 단순해서 찾아가기 쉽다.

● 국립공원 안에 작은 호텔이 몇 곳 있다. 하지만 대부분 탐방객들은 캠핑장을 이용한다. 타운 안에 있는 캠핑장은 사이트가 223개나 된다. 사이트에서 바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샤워장 시설도 좋다. 캠핑장 안에 바비큐 시설을 갖춘 대피소도 있다. 아쉬운 것은 대피소 안에서만 모닥불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성수기에는 예약 없이는 거의 이용하기 어려울 만큼 붐빈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의 성수기는 5월부터 9월까지다. 캠핑장도 5월부터 10월까지만 개장한다. 겨울에는 일부 호텔이 문을 열지만 찾는 이가 거의 없다.

●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에서 캘거리로 돌아오는 길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헤드 스매시트 인 버펄로 점프(Head Smashed in Buffalo jump)도 돌아볼 수 있다. 이곳은 원주민들이 수천년간 버펄로를 절벽으로 몰아 사냥을 하던 곳이다. 원주민들이 버펄로를 몰아넣던 5m 높이의 낭떠러지와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 워터턴 레이크스 국립공원 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앨버타관광청 한국어 누리집(www.travelalberta.kr)에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