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15일 공개한 명왕성의 확대 사진에서 최고 3300m 높이의 얼음 산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진은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전날 명왕성에 가장 근접하기 1시간 반 전에 찍은 것이다.
나사,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낸 사진 공개
탐사팀 근접 촬영 모습에 “홈런” 탄성
“태양계 미지 영역 카이퍼벨트에
산들이 있다는 게 가장 놀라운 발견”
최고 높이 3300m에 달해
산맥 1억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여
하트모양 얼음지대 ‘톰보영역’ 명명
위성 ‘카론’서도 절벽·협곡 발견돼
탐사팀 근접 촬영 모습에 “홈런” 탄성
“태양계 미지 영역 카이퍼벨트에
산들이 있다는 게 가장 놀라운 발견”
최고 높이 3300m에 달해
산맥 1억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여
하트모양 얼음지대 ‘톰보영역’ 명명
위성 ‘카론’서도 절벽·협곡 발견돼
9년 전 태양계 ‘막내’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며 인류에게 버림받은 명왕성은 신비로웠다. 3000m가 넘는 얼음산이 우뚝 솟아 있고, 산맥은 불과 1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명왕성이 1억년 전까지 활발하게 지질활동을 한 아주 젊은 별이라는 뜻이다.
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과학자들은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가 보내온 명왕성의 첫 고해상도 확대(클로즈업) 사진을 공개했다. 하루 전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1만2500㎞ 거리까지 접근해 찍은 것이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뉴호라이즌스 팀을 이끌어온 앨런 스턴 박사는 이 사진이 보여준 명왕성의 모습이 “홈런”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태양계 외곽에 있는 미지의 영역인 “카이퍼벨트에 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로 꼽았다. 명왕성은 10만여개의 얼음덩어리들과 함께 카이퍼벨트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 최고 3300m 높이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된 명왕성의 얼음산들은 로키산맥과 비슷한 높이다.
명왕성의 산들은 메탄과 질소 얼음막으로 덮여 있지만, 과학자들은 실제로는 물로 구성된 거대한 얼음산이라고 보고 있다. 뉴호라이즌스 팀의 존 스펜서는 “메탄과 질소로는 산을 이룰 수 없다”며 “물 얼음은 큰 산을 구성할 만큼 단단해, 그게 바로 우리가 보고 있는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명왕성의 3분의 2는 얼음으로 뒤덮인 암석으로 이뤄져 있고, 표면온도는 영하 230도로 추정되는데, 과학자들은 지금껏 명왕성에 물이 존재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스펜서는 또 명왕성 표면을 확대해 찍은 첫 사진의 일부 영역이 얼음 화산 폭발과 같은 지질활동으로 1억년 안에 새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진에서 단 한개의 충돌 분화구도 찾지 못했다”며 “이는 (명왕성의) 표면이 굉장히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태양계는 형성된 지 45억여년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뿐이 아니었다. 명왕성은 꽁꽁 언 별의 지질활동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요소가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는 얼음 위성들에서만 보이던 지질활동이 인근 큰 행성이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발생하는 ‘조수 가열’(tidal heating)로 일어난다고 설명했지만, 명왕성은 주 행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오늘 우리가 발견한 정말 중요한 사실은 얼음 세계에서 지질활동이 일어나는 데 ‘조수 가열’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명왕성의 가장 큰 위성 카론의 사진에서는 절벽과 협곡 등 활발한 지질활동의 결과로 보이는 영역도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날 뉴호라이즌스가 찍어 보낸 명왕성의 표면에 하트 모양으로 비친 얼음 지대에 ‘톰보 영역’(Tombaugh Regio)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30년 명왕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1906~1997)를 기리는 뜻에서였다. 톰보는 숨지기 전 자신의 주검을 태운 재를 우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나사가 2006년 뉴호라이즌스 상층 갑판에 화장한 그의 유골을 담은 작은 상자를 실어보냈고, 명왕성의 아버지는 사후 18년 만에 마침내 명왕성과 만났다.
뉴호라이즌스는 카이퍼벨트로의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탐사선이 이제 이 미지의 영역에서 고대 태양계와 행성의 기원, 그리고 이를 통해 지구 형성에 관한 새로운 단서들을 발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나사는 뉴호라이즌스가 2030년대 중반까지 기록과 자료 전송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사진 EPA AP 연합뉴스
뉴호라이즌스호가 보내온 명왕성의 가장 큰 위성 카론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