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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민중총궐기 참여 시민 ‘폭도’ 규정/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5. 11. 16. 21:18

정치정치일반

새누리당, 민중총궐기 참여 시민 ‘폭도’ 규정

등록 :2015-11-16 11:34수정 :2015-11-16 19:27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새누리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 주말집회 십자포화
이완영 “폴리스라인 넘으면 막 패는 게 선진국 공권력”
물대포 조준발사로 의식 잃은 농민 정당방위 주장 의도
새누리당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경찰에 더 강한 공권력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의원은 총기 남용으로 자국 내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는 미국 경찰을 ‘선진 공권력’으로 치켜세우며 ‘시민 사살’을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68살 농민은 애써 외면했다.

16일 오전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 ‘아침소리’는 회의 시작부터 주말 집회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선진국에선)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경찰이 그냥 (시민을) 패버린다. 최근에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는데 10건 중 80~90%는 정당하다고 한다. 범인들이 (손을) 뒷주머니에 넣는데 총을 꺼내는 것 같아서 (경찰이)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선진국의 공권력 아닌가. 기자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부각하는데 선진국은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의 발언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에도 경찰의 의도적 조준발사로 결국 의식을 잃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68)씨 역시 경찰의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백악관 근처에서도 경찰차벽 없이 집회·시위가 가능한 미국의 현실, 일반인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탓에 그에 대응한 경찰의 총기 사용 역시 비교적 폭넓게 허용되는 미국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기장을)은 “폭력 시위에 부서지고 불탄 차량이 50대가 있는데 원형을 보존해서 광화문 광장에 전시하자. 폭도들의 만행이 어땠는지 직접 국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시장 개편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청년실업과 쌀값 폭락 등을 비판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청년·학생·농민들을 폭동을 일으킨 ‘폭도’로 폄하한 것이다.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갑)은 “차량, 사다리, 각목, 쇠파이프, 밧줄까지 준비해서 과격한 난동을 부린 것을 보면 소위 말하는 유사범죄단체로 보인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싸잡아 범죄자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종훈 의원(서울 강남갑)은 “2008년 광우병 시위가 다시 등장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몇 명은 알아보겠더라”고 비꼬았다.

김무성 “공권력이 불법무도 세력에게 유린돼선 안돼”

막말에는 지도부도 따로 없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언제든지 노동자,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자’고 말함으로써 이들의 의도가 나라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국민들은 공권력이 불법무도한 세력들에게 유린되는 무능하고 나약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은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법집행을 하는데 그 직을 걸어야 한다”며 경찰에 더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

박근혜 정부의 각종 실정에 분노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지난 13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에 견주는 듯한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런 기회에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기물파손하고 쇠파이프, 횃불을 동원하는 불법 시위는 박근혜 정부에서 뿌리뽑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당국이 이런 기본질서를 해치는 일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전세계로 번지는 이슬람국가의 테러에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만 “불법 시위 진압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해 안타깝지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살인행위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지도부 중에서 유일하게 경찰 공권력으로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언급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