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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말하는 북한 핵실험의 해법/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1. 9. 13:42

정치국방·북한

“북 핵실험서 가장 중요한 측면은 소형화 되는 것”

등록 :2016-01-08 19:09수정 :2016-01-08 22:03

 

미 핵 전문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미국 최고의 핵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원자탄이든, 증폭핵분열탄이든, 수소폭탄이든 가장 중요한 측면은 소형화”라고 지적했다. 헤커 박사는 서구 과학자로는 가장 최근인 지난 2010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직접 방문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봤다.

헤커 박사는 7일(현지시각) 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핵실험에 대한 질의·응답 형식의 글을 통해 “북한은 핵실험을 했으며, 핵폭탄 설계에서 더 정교함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측면”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실험 성격이 “수소탄보다는 수소연료를 사용해 원자폭탄의 폭발력을 높이는 중간단계(증폭핵분열탄)일 가능성이 크다”며 “중간단계를 통해 원자폭탄을 소형화, 즉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수소폭탄 기술을 습득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소폭탄은 설계와 제조가 아주 어렵고, 현재 북한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50년 전에 중국은 1964년 첫 원자폭탄 실험을 했고, 3년도 안돼 수소폭탄을 선보였다”고 경고했다.

“원자폭탄서 수소폭탄으로 가는
중간단계 가능성 커
핵폭탄 설계 더 정교해질 것”

“미국·국제사회 북핵 억제 실패
핵폭탄 생산·실험·수출 금지하고
안보 우려·에너지·경제난 해소를”

그는 “북한이 현재 18개의 폭탄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핵연료를 갖고 있으며 연 6~7개의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이번 실험을 통해 (무기의) 정교함이 증대됐을 것이 분명해 보여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미국이 지금까지 한 일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제작하기 시작한 2003년부터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놓쳐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분명한 것은 성의없는 외교, 최후통첩, 제재 등 지금까지 미국과 나머지 국제사회가 해온 것들이 실패했다는 점”이라며 “따라서 이것들은 해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전에 핵폭탄의 추가 생산과 핵실험, 핵수출 등 세가지를 금지하는 ‘3가지 노(NO)’를 북한에 요구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의 안보 우려와 에너지 부족, 경제적 고민을 해소해주는 ‘3가지 예스(Yes)’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북한을 방문한 뒤 내가 처음 제안했을 때는 이 방안이 성과가 있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