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긴급한 시사 문제와 관련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추적하지 않는다. 뉴스를 쫓아가야 하는 아시아 전문가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고국의 일에 관심을 갖는 이민자 공동체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평균적인 미국인, 또한 그들이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들을 통해 시청하는 뉴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미국 3대 주요 텔레비전 네트워크 방송사의 뉴스 보도를 추적해 매년 내놓는 ‘틴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청자들은 동아시아 뉴스를 볼 수 없다. 이 지역의 어떤 뉴스도 상위 20위에 들지 못했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 지난해 이들 방송사의 뉴스는 이슬람국가(IS), 시리아와 이라크 전쟁, 유럽 난민 위기, 파리 테러리즘, 이란 핵 협상에 초점을 맞췄다. 상위권 뉴스에 중국이나, 일본, 한국은 없었다.
외교 정책 기사는 방송사 뉴스 보도의 6.5%만 차지할 뿐이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대체로 외교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게다가 2015년 기사 목록을 상위 150개 뉴스로 확대해도 동아시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된 주제 중의 하나는 허리케인 퍼트리샤였다. 퍼트리샤는 지난해 10월 서반구를 덮친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이었다. 그러나 멕시코 농촌 지역을 덮쳐 예상만큼 피해를 입지 않았고, 사망자 몇명만 발생했다. 퍼트리샤는 미국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고, 텍사스주 남쪽에만 영향을 미쳤다.
퍼트리샤는 지난해 3개 방송사를 합해 대략 20분 정도의 보도 비중을 차지했다. 진입 장벽이 꽤 낮았던 셈인데도 동아시아 뉴스는 그것조차 넘을 수 없었다. 퍼트리샤가 미-중 관계, 북한 상황,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화헌법 뒤집기 등보다 더 많은 보도를 차지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일본 교과서 문제에 대해 분노하지 않거나 중국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또한 최근 뒤틀린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미국인들이 동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영문판 뉴스 공급 회사를 통해 정보를 얻는 다양한 틈새 소비자들에게 동아시아는 흥미로운 곳이다. 그러나 여론이 형성되는 대규모 뉴스 시장에서 동아시아는 찾아볼 수 없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아시아 쪽으로 방향 전환한 ‘태평양 회귀’ 전략을 실행했음에도 이 지역에 대한 보도 부족은 이어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많은 무기를 아시아 국가들에 팔아왔고, 미군 배치도 일부 재조정했다. 또한 공격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했다. 그러나 방송사 뉴스 보도 관점으로 보면, 이 중의 어떤 것도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이다. 외교 정책에 관한 한, 뉴스 초점은 여전히 중동에 맞춰져 있다.
동아시아는 올해 극적으로 뉴스 무대로 복귀할지도 모른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나 북한을 겁주기 위해 약간의 완력을 보여주자고 결정할 수도 있다. 미국 대선 후보들은 아마도 의례적인 ‘중국 때리기’에 몰두할 것이다. 이런 것들 때문에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동아시아 지역 뉴스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만한 일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북한과의 핵협상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정치적 자본을 투자할 것 같지도 않다. 중국과도 초대형 구상에 착수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도 거대 방송이나 미국의 여론에서 좋든 나쁘든 동아시아 뉴스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