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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백만장자 40여명 “공정한 사회 위해 부자증세하라”/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3. 22. 22:30

뉴욕 백만장자 40여명 “공정한 사회 위해 부자증세하라” 요구

등록 :2016-03-22 15:32수정 :2016-03-22 22:14

 

왼쪽부터 스티븐 록펠러, 애비게일 디즈니
왼쪽부터 스티븐 록펠러, 애비게일 디즈니
록펠러·디즈니 후손 등 40여명
새달 1일 소득세 개정 앞두고
주지사·의원들에게 ‘공개편지’
“극심한 소득 불평등 해소 위해”
“뉴욕 시민으로서 공평한 조세를 실현하고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부자들의 세금부터 올려야 한다.”

미국 뉴욕의 백만장자 40여명이 21일 스스로 부자 증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제 활성화와 빈곤층 구제, 사회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했다.

백만장자들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뉴욕 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뉴욕주 내 일부 도시의 빈곤아동 비율이 50%가 넘고, 홈리스(노숙자)가 8만명이 넘는 현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 필요한 기술을 지니지 못한 채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위 1% 소득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 그 돈으로 빈곤 아동과 홈리스들을 돕고,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길 바란다”며 “사람과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편지에는 손꼽히는 부호 가문인 록펠러가의 4세 스티븐 록펠러와 월트 디즈니의 손녀딸로 평화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애비게일 디즈니, 자선사업가인 엘스페스 길모어 등 연간 소득이 66만5천달러(7억7천만원)가 넘는 소득 상위 1% 부자 40여명이 서명했다. 뉴욕주는 4월1일까지 새로운 주 소득세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백만장자들이 ‘조세 공평을 위한 1% 캠페인’이라고 이름 붙인 부자 증세 방안은 현행법이나 민주당이 구상 중인 법안보다 더 파격적이다. 현행 뉴욕주 소득세법은 200만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의 주 소득세율은 8.82%다. 백만장자들은 “부자들의 과표 구간을 세분화하고 세율도 높여야 한다”며 △200만~1000만달러 9.35% △1000만~1억달러 9.85% △1억달러 이상 9.99%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22억달러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공개 편지에 서명한 수첩·다이어리 회사 앳어글랜스의 루이스 쿨맨 전 대표는 <가디언>에 “상위 1% 부자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 공립학교 확충, 도로 보수 등 공공 영역 개선에 이바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