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무에서 스스로 태어났다” | |
호킹의 최신 우주론 안내서 통일 이론 대신 M이론 제시 ‘인간중심 우주설명’에 눈길 | |
고명섭 기자 | |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지음, 전대호 옮김/까치·1만8000원
<위대한 설계>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68·사진)의 2010년 최신작이다. 동료 물리학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도움을 받아 쓴 이 책은 호킹의 출세작 <시간의 역사>(1988)처럼 난해한 물리학 세계를 가능한 한 쉽게 풀어 쓴 최신 우주론 안내서다. 동시에 이 책은 이제 노년에 접어든 물리학자가 자신이 평생 연구한 분야를 개괄해 세계관적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 책은 물리학의 언어로 쓴 철학책이다. 호킹은 책의 서두에서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이런 질문은 물리학자들이 보통은 생략하는 질문이다. “우주를 가장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려면 우주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라는 질문뿐만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도 대답할 필요가 있다. … 이 (세) 질문이야말로 생명, 우주, 만물에 관한 궁극의 질문이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한다. 아인슈타인 이래로 물리학의 꿈은 만물을 하나로 꿰 설명하는 ‘통일이론’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통일이론이란 이 우주의 네 가지 기본적인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약한 핵력), 강력(강한 핵력)을 단일한 법칙으로 통합하는 이론이다. 이 ‘만물의 이론’은 ‘물리학의 성배’로도 불리는데, 호킹은 ‘모든 것을 통일하는 단 하나의 법칙’이라는 성배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신에 그가 제안하는 것이 ‘엠(M)이론’이다. 엠이론이란 우주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호킹은 지도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메르카토르 지도는 적도 지방은 정확하게 보여주지만 양극으로 갈수록 면적이 커져 실제 모습을 왜곡한다. 이렇게 지구의 모든 지역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지도가 없다면 여러 지역에 맞는 지도들을 엮어 지구 전체의 근사치를 얻을 수 있다. 엠이론이란 우주적 차원의 이런 근사치들을 근저에서 떠받치는 바탕 이론이다. 호킹은 엠이론이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그 이론의 몇 가지 핵심 내용이 우주에 대한 중대한 비밀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그 비밀이란 우주가 여럿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10의 500제곱 개, 다시 말해, 1 뒤에 0이 500개나 붙은 거대한 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그 무수한 우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호킹은 우주의 탄생을 끓는 물에서 수증기 방울이 형성되는 것에 비유한다. 수증기 방울들이 수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듯이, 초기 상태에서 수없이 많은 우주 방울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팽창하다가 미시적인 규모를 넘어서지 못한 채 다시 수축해 꺼져버리는 것이다. 아주 소수의 방울들만 충분히 커져 재수축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극복한 어린 우주는 급속한 팽창 단계인 ‘인플레이션’을 거쳐 거대한 우주로 확대된다. 그렇게 커진 우주 가운데 하나가 우리 우주다.
이런 기적에 신의 손이 개입했어야 마땅한 것 같지만, 호킹은 결론에서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우주는 무에서 스스로 탄생했다. 그것도 수없이 많은 우주들 가운데 하나로 태어났다. “자발적 창조야말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는 이유다.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자발적 창조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 신에게 호소할 필요가 없다.” 책의 제목인 ‘위대한 설계’란 자연이 스스로 자기를 창조하는 데 쓰인 법칙, 곧 엠이론을 가리킨다. “엠이론은 가장 일반적인 초대칭 중력이론이다. 따라서 엠이론은 우주에 관한 가장 완전한 이론일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후보다.” 우주가 엠이론이 허락하는 법칙 위에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창조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호킹은 말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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