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미래 짊어질 ‘건강한 아이 낳기 20개월 프로젝트’ 시작/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4. 5. 10:03

사회의료·건강

“미래 짊어질 ‘건강한 아이 낳기 20개월 프로젝트’ 시작

등록 :2016-04-04 20:38수정 :2016-04-04 21:53

 

아이건강 서울연대 상임대표 민형기씨
아이건강 서울연대 상임대표 민형기씨
[짬] 아이건강 서울연대 상임대표 민형기씨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계속 울어댔다. 그를 찾는 사람도, 찾는 전화도 많았다. “이제까지 저 혼자 좋아서 자연식 밥상 운동을 벌였다면, 이제는 왜 건강한 밥상이 중요한지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사회적 저변을 느끼고 있습니다.”

민형기(69) 아이건강 서울연대 상임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유기농 출장뷔페 청미래를 통해 20년 넘게 자연식 보급에 앞장서온 그가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세상을 만들자’며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에 있는 청미래에서 그의 야심찬 포부를 들어봤다.

35년전 ‘나쁜 식습관’ 간암 선고
철저한 자연식으로 치유한 경험살려
20여년 유기농 자연식 밥상 운동 펼쳐

최근 회원 100여명 ‘아이건강…’ 출범
예비부모 대상 임신전 몸만들기 교육
“국가 나서 30년만 추진하면 바뀔 것”

민 대표는 5일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교사·기업인 등 발기회원 100여명과 함께 ‘아이건강 서울연대’를 출범시킨다. ‘건강한 잉태·태교·출산 20개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이다. 아이건강 서울연대는 대학마다 ‘건강 밥상 동아리’를 만들도록 지원하고,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임신중인 부부를 대상으로 건강밥상과 태아교육도 해나갈 계획이다.

왜 ‘20개월 프로젝트’일까? “자식 농사나 땅 농사나 같습니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건강한 땅, 건강한 씨앗, 진정한 농심이 있어야 하지요.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려면 건강한 몸 밭, 건강한 씨앗, 진정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임신한 뒤에는 늦은 감이 있더라고요. 임신 전부터 부모의 몸과 마음을 맑고 건강하게 준비시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지요.”

그는 “몸은 내가 깃들여 사는 세상이자 우주”라고 말한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마음도 생겨나고 그래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 몸에서는 하루에도 6천억개의 세포가 만들어지고 소멸한다. 그 세포를 만드는 토대는 바로 먹거리다. 이는 그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35년여 전, 그는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며 육식과 서구식 식단을 즐겼다. 항상 약을 달고 살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았다. 결국 간암을 얻어 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병원에서는 앞으로 10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청천벽력의 충격을 받은 그는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자연치료법을 찾았다. 단식원에 들어가 보름 정도 단식을 하면서 명상을 했다. 그 뒤부터 자연식만을 고집한 그의 몸 상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더불어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그는 서울 목동과 강남에서 자연식 밥상을 제공하는 대안학원도 운영했다. 학생들에게 5박6일간 합숙을 통해 효소 단식을 시킨 뒤 매일 저녁 자신이 직접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 등으로 차린 자연식 밥상을 제공했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어 있던 아이들의 식성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인성과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민 대표는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연식 밥상의 힘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나서서 유기농 출장뷔페 사업을 개척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자연식 밥상이라고 하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데요. 그냥 우리 땅에서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전통 밥상입니다. 백미식 대신 현미식을 기본으로 하고, 동물성 식자재는 20% 이하로, 친환경·유기농·자연산 곡·채식 위주의 밥상을 차립니다. 하루 한 끼라도 자연식으로 먹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나야 해요. 그래서 부모가 될 청년 세대를 주목하는 겁니다.”

그는 시작은 비영리단체인 아이건강 서울연대에서 나서지만, ‘건강한 잉태태교출산 프로젝트’는 국가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목에 자연식 밥상의 중요성을 담아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고, 정부 차원에서 30년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민 대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을 맛있고 편리한 패스트푸드가 유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청년들의 부실한 식생활은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출산하더라도 아기들이 아토피 등 갖가지 질환에 시달려 결과적으로 부모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막대한 국가재정 손실로 이어지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칠순을 앞둔 그이지만 ‘건강한 밥상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과 의지로 청년처럼 활기에 넘쳐 보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