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와 청량음료가 진열돼 있는 서울의 한 할인매장에서 손님이 카트에 물건을 담고 있다. 150㎖짜리 요구르트 한 병에는 당류가 세계보건기구(WHO) 하루 섭취 기준치 50g의 20%가량이 들어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설탕은 왜 몸에 나쁠까?
25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인류가 개발한 설탕(당시는 사탕수수 수액을 말려 만든 조당)은 근래 들어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년 전 채 2㎏이 안 되던 1인당 연간 설탕 섭취량이 지금은 34㎏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1962년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이 4.8g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72.1g으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가 4억2200만명으로 1980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며, 그 이유의 하나로 설탕이 많이 든 음료 소비량의 증가를 꼽았다.
영국인 200년 만에 설탕 소비량 20배
한국인도 당류 섭취 50년 만에 15배
정제설탕은 영양소 없이 열량만 있어
과다섭취 때 비타민·단백질 결핍 불러 흡수 빨라 혈당 급상승 인슐린 과분비
세포 민감도 하락 내당능 장애 유발
당뇨병·심혈관 질환 원인으로 지목
과반이 ‘달게 먹는 편’…중고생은 70% 설탕은 왜 당뇨병을 일으킬까? 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설탕 자체가 당뇨병을 유발할 위험은 적다. 그러나 설탕을 많이 먹으면 열량 섭취가 많아지고 그 결과 체지방량이 늘어나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급속한 혈당 상승이 반복되면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고인슐린혈증이 생겨 당뇨병, 심혈관 질병 등 여러 질환의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분자가 커서 위와 장에서 바로 흡수되지 못하고 단당류·아미노산·지방산처럼 작은 물질로 분해된 뒤 흡수된다. 이 과정이 소화다. 소화 흡수된 작은 물질들은 혈액으로 운반돼 세포에 도달하고 세포는 이들을 끌어들여 활동을 한다.
정제한 설탕은 탄수화물의 하나로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이당류이다. 우리가 설탕을 먹으면 쉽게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이 포도당은 세포 하나하나에 들어가 에너지원이 된다. 설탕에는 열량 이외의 영양소가 거의 없다. 성 교수는 “설탕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아 영양이 풍부한 식품들을 덜 섭취하게 되면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 등의 결핍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포도당은 스스로 세포에 들어가지 못하고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인도를 받아야 한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인슐린이 만들어지는 세포군을 ‘랑게르한스섬’이라 부른다. 인슐린이라는 이름도 섬을 뜻하는 라틴어 인술라(insula)에서 따왔다. 문제는 설탕을 많이 섭취해 혈중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그만큼 많이 분비하고 세포는 반복되는 인슐린 작용에 지쳐서 인슐린에 무감각해지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세포의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지면 췌장은 이를 해결하려 인슐린을 과잉생산하게 되고 너무 일을 많이 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져 포도당을 흡수 못하면 혈액 속 당이 많아져 고혈당이 돼 내당능(포도당 처리능력) 장애로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오는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
설탕이 당뇨병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아니지만 역학적·실험적 증거들이 그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최근에 이민 온 예멘인과 20년 전에 이민 온 예멘인을 비교한 결과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당뇨병 유병률이 0.06%인 데 비해 20년 전 이민자들은 2.9%였다. 전통적으로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예멘인들이 이스라엘에 와서 식생활에 변화가 생긴 것은 설탕 섭취량이 증가했다는 것뿐이었다. 한 실험에서 쥐에게 먹이 가운데 67%를 설탕으로 주니 3주 뒤에, 40%를 주니 6주 뒤에 내당능 장애가 생기고, 다시 정상 먹이를 주니 며칠 만에 내당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우리의 입맛은 이미 단맛에 길들여 있어 설탕 섭취를 줄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연경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3년 전국 16군데의 소비자 단체와 함께 2277명을 대상으로 단맛 미각판정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5단계 농도(0~20%)의 시료로 미각 판정 키트를 만들었다. 콜라의 당도가 10% 정도이고, 요구르트가 15% 정도 된다. 조사 결과 응답자 전체에서 ‘달게 먹는 편’이 28.7%, ‘매우 달게 먹는 편’이 25.3%로 절반 이상(54%)이 음식을 달게 먹는 편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단맛 선호는 72.5%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설탕은 식품에 섞여 있어 우리가 하루 얼마나 먹는지, 어느 정도를 먹어야 하는지를 알기도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영양학회에 의뢰해 올해 마련한 한국인 하루 당류 섭취 기준은 “총에너지 섭취량의 10~20%로 제한하고 식품을 조리하거나 가공할 때 첨가하는 첨가당은 10% 이내로 섭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성인여성의 하루 열량 권장량은 2000㎉로, 당류를 통한 열량 공급을 200㎉를 넘기지 말라는 뜻이다. 포도당 1g당 4㎉의 에너지가 공급되기에 중량으로 따지면 50g인 셈이다. 콜라 작은 캔(250㎖)에는 27g의 당이, 초콜릿 우유 한 팩(235㎖)에는 23g의 당이 들어 있다. 다른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아도 콜라 한 캔과 초콜릿 우유 한 팩을 마시면 하루 기준치를 다 먹는 것과 다름없다. 첨가당에는 설탕뿐만 아니라 액상과당, 물엿, 당밀, 꿀, 시럽, 농축과일주스 등이 포함된다. 설탕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인공감미료 사용이 대안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카린(감미도가 설탕의 300배), 아스파탐(200배), 아세설팜칼륨(200배), 수크랄로스(600배) 등이 인공감미료로 허용돼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국인도 당류 섭취 50년 만에 15배
정제설탕은 영양소 없이 열량만 있어
과다섭취 때 비타민·단백질 결핍 불러 흡수 빨라 혈당 급상승 인슐린 과분비
세포 민감도 하락 내당능 장애 유발
당뇨병·심혈관 질환 원인으로 지목
과반이 ‘달게 먹는 편’…중고생은 70% 설탕은 왜 당뇨병을 일으킬까? 성미경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설탕 자체가 당뇨병을 유발할 위험은 적다. 그러나 설탕을 많이 먹으면 열량 섭취가 많아지고 그 결과 체지방량이 늘어나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 급속한 혈당 상승이 반복되면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고인슐린혈증이 생겨 당뇨병, 심혈관 질병 등 여러 질환의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