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라이프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 인기…초보자에겐 앰프+스피커+DAC ‘올인원’ 제품 알맞아
스코틀랜드의 유명 오디오 브랜드인 ‘린’(LINN)은 2010년 시디플레이어(CDP)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오디오 마니아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세계 최고의 시디플레이어라고 평가받던 ‘손덱 시디12’(SONDEK CD12)를 생산하던 업체였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치면 메르세데스 벤츠나 베엠베(BMW)가 “더는 휘발유 자동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디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한 린은 현재 디지털 음원 기기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MP3의 60~70배 용량’ 고해상도 음원
린이 시디플레이어의 생산을 중단한 것은, 더 이상 시디플레이어가 디지털 음원 기기에 비해 장점을 갖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른바 고해상도 음원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시디가 가진 위상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디오 전문 판매업체인 소리샵 관계자는 “최근 오디오 구매 고객의 70% 이상은 디지털 음원 기기 쪽”이라고 말했다.
고해상도 음원은 기존 시디 안에 담긴 음원의 10배에 이르는 정보량을 갖고 있다. 당연히 음질적인 면에서 비교우위일 수밖에 없다. 소리를 디지털화하면서 그만큼 덜 압축하기 때문이다. 용량이 작은 디지털 음원일수록, 원래 소리에서 많은 부분을 깎아낸다.(그림 참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해상도 음원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오리지널 테이프와 음질이 거의 똑같다고 하여 ‘스튜디오 음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단순 비교해보면 3~4분 길이의 가요의 경우 엠피(MP)3 파일은 3~4메가바이트(MB)의 용량이다. 시디 안에 담긴 음원도 30~40메가바이트 정도다. 하지만 고해상도 음원의 경우 한 곡당 180~240메가바이트에 이른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압축을 하지 않는 로(RAW)파일 용량이 제이펙(JPEG)파일보다 수십 배 큰 이치와 같다. 사진작가나 디자이너 등은 당연히 로파일을 선호한다. 그만큼 화질이 좋기 때문이다.
애초 고해상도 음원은 파일 형태로 유통되지는 않았다. 1999년 소니와 필립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슈퍼오디오시디(SACD) 등 기존 시디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시디’에 담겨 있었다. 슈퍼오디오시디의 경우 기존 시디 700메가바이트의 10배가 넘는 7.96기가바이트(GB) 저장용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발상이 시도됐다. “왜 굳이 파일을 시디 안에 넣어야 하는 거지?” 이런 고민의 결과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타고 돌아다니는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이 탄생했다.
고해상도 음원이라도 이용 방법은 기존 엠피3와 다를 게 없다. 스트리밍서비스 업체에서도 고해상도 음원을 판매한다. 검색해보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곳들도 많다. 단, 일부 파일은 특정 재생 프로그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도 파일 전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피시에서 재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트북에 달린 손톱만한 작은 스피커나 데스크톱 컴퓨터를 샀을 때 공짜로 끼워주는 몇천원대 스피커로는 고해상도 음원을 제대로 즐기긴 어렵다. 이런 스피커로는 엠피3 음질과 구별하기도 힘들다. 조금만 더 비용을 들인다면 번듯한 오디오 시스템에 못지않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피시에서 고음질을 즐기는 피시파이(PC-FI)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CDP 생산중단 선언
디지털 음원으로 무게중심 이동
비싼 해외 브랜드도 많지만
국내제품 가성비 좋아
입문은 앰프·스피커 일체형 ‘액티브 스피커’로
오디오는 자동차, 카메라와 함께 결혼한 남자들의 ‘삼거지악 취미’ 가운데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피시파이도 마찬가지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브랜드, 직장인들에겐 ‘넘사벽’인 제품이 즐비하다.
피시파이에 입문하는 초보자라면 굳이 많은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 우선 피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스피커 하나만 바꿔도 비약적인 음질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오디오의 기본 구성은 앰프와 스피커이지만, 최근엔 스피커 안에 앰프가 내장돼 있는 ‘액티브 스피커’들도 많다. 가장 손쉬운 피시파이 입문이 바로 액티브 스피커를 피시나 노트북에 연결하는 것이다.
물론 액티브 스피커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과거 액티브 스피커는 주로 저가형 브랜드에서 생산했으나, 피시파이 저변 확대와 더불어 린이나 다인오디오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에서도 액티브 스피커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초보자라면 고가 제품보다는 입문용이 좋다.
국내 제품은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 최근 피시파이 유저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는 제품은 ‘칼라스’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금잔디음향의 PM-103이다. 피시와 간단히 연결하면 되는 액티브 스피커인데 전 모델인 PM-102가 ‘완판’ 될 정도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급자들은 DAC 주목해야
액티브 스피커보다 한 단계 더 좋은 음질을 즐기고 싶은 중급자라면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DAC·디에이시)에 주목해야 한다. 디에이시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으나 현재 노트북, 스마트폰, 휴대용 재생기 등 모든 디지털 음원 기기에 이 디에이시가 달려 있다. 파일 등에서 읽은 디지털 신호를 앰프에서 증폭이 가능하도록 아날로그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구실을 하는 장치다. 하지만 작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안에 들어 있는 디에이시는 그 기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에 맞는 고성능의 디에이시가 별도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별도의 디에이시를 구매할 경우 가격 부담이 따른다. 이럴 경우 액티브 스피커와 디에이시가 다 붙어 있는 ‘올인원’ 제품이 초보자에겐 적당하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를 지원해 스마트폰 등의 음원을 무선으로 재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스마트폰에 달려 있는 디에이시보다 음질 면에서도 대체로 우수하다.
소니의 CAS-1은 디에이시와 앰프, 스피커까지 합쳐진 ‘올인원’ 제품이다. 소니는 과거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 그다지 존재감 있는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최근 고해상도 음원 쪽에선 원천기술을 내세우며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국내 제품으로는 금잔디음향도 디에이시가 장착된 액티브 스피커 ‘뉴 다솜’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금 더 하이파이에 가까운 음질을 듣고 싶다면 영국의 오디오 브랜드 네임에서 만든 ‘뮤조’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음질 면에선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
휴대성과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라면, 뱅앤올룹슨(B&O)의 ‘베오릿15’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한번 충전에 24시간 청취가 가능한 휴대용 스피커로, 유에스비(USB)를 통해 피시파이 구현도 가능하다. 특히 최신의 블루투스4.0을 지원해 스마트폰 등 외부기기 이용자 8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제품이 있으나 직접 들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리를 내는 제품을 고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고해상도 음원과 CD음원 비교
디지털 음원으로 무게중심 이동
비싼 해외 브랜드도 많지만
국내제품 가성비 좋아
소니의 고해상도 음원 전용 피시파이 오디오 CAS-1. 소니코리아 제공
전 모델이 ‘완판’되며 인기를 끈 PM-103. 금잔디음향 제공
영국 오디오 브랜드 네임의 올인원 오디오 뮤조. 소리샵 제공
DAC가 내장된 칼라스 뉴 다솜 스피커. 금잔디음향 제공
휴대성이 좋은 베오릿15. 뱅앤올룹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