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현실 속의 당신은 그렇지 않더군요. 당신은 군주제를 지지하면서 프랑스 공화국에 격렬하게 반대하였더군요. 게다가 반유대주의자였습니다. 당신 고향의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유대인을 조롱하려고 소설까지 썼으니 말입니다. 아, 부인하지 마세요. 반유대주의자로 유명한 음악가 바그너와 주고받은 편지들도 남아 있으니까요. 당신을 뽑아주지 않은 프랑스 학술원을 공격하기 위해 쓴 작품도 그다지 고상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문학적 성공을 위해 별로 관련도 없는 프로방스 지역과의 연고를 강조하기도 했어요. <풍차 방앗간에서 보낸 편지>가 성공을 거둔 다음부터겠죠? <별>의 무대가 된 뤼브롱도 프로방스 지역이더군요. 결혼을 하기 위해 자신의 뿌리가 프로방스에 있다고 미래의 아내에게 거짓말까지 했으니 이걸 어쩐답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열두살 이른 나이에 동정을 잃었고, 친구들의 애인들과 밀통을 하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결국 평생을 성병으로 인한 고통 속에 살았으면서 말이에요. 어떤 것이 진정한 당신의 모습인가요? 아가씨가 기대 잠든 목동? 마지막 수업을 한 아멜 선생님?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됨을 알고 나서도 당신 작품을 좋아해야 할지 갈등이 생기게 만듭니다만, 당신과는 먼 이 땅에도 당신 같은 부류가 넘쳐나니 맘 놓고 비판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