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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번역가 “소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6. 16. 22:50

문화

한강 ‘채식주의자’ 번역가 “소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

등록 :2016-06-15 15:54수정 :2016-06-15 19:45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 방한 기자회견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채식주의자>는 부드러움과 공포를 동시에 갖춘 작품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어요. 문장의 질과 이미지 환기 능력, 어조와 분위기 조성 등이 두루 매력적이었지요. 세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이라는 형식은 연작 형식이 드문 영국 독자들에게 신선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화자 세 명이 등장함에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잘 관리되고 통제된 문체를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게 번역가로서 제가 집중한 대목이었습니다.”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한강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은 스미스는 15일 낮 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이벤트홀 국제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회견장에 예정 시각보다 조금 늦게 등장한 그는 젊은 번역가답게 휴대폰에 작성해 온 인사말을 읽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상을 받음으로써 제 번역이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기쁘지만 거기에는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은 자신을 내세우는 일이 아니라 겸손한 작업이라는, 선배 번역가 안선재 수사님의 말씀을 명심하고자 합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은 작가 한강 선생님과 에이전트, 편집자 등의 공동 작업이 이루어낸 성과라고 생각해요. 번역은 작품을 창조적으로 다시 쓰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상식으로 만든 선배 번역가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스미스는 2010년 한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한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작가로서 이야기와 인물, 배경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번역의 매력”이라며 “작가들이 종종 부닥치곤 하는 ‘창작의 벽’(writer’s block)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번역의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 말고도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와 안도현의 <연어>를 번역 출간한 그는 배수아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 역시 번역을 완료해 올해 10월과 내년 1월에 각각 미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배수아의 또 다른 소설 <올빼미의 없음>도 2018년 초에 역시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한강의 신작 <흰>은 내년에 영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아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로 직접 설립한 틸티드 악시스가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1년에 적어도 한 종 이상 한국 문학작품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며 “올 10월 황정은의 소설을 출간하기로 했고 황정은의 다른 작품 역시 계약을 마쳤으며 내년에는 한유주의 소설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수아의 소설은 매우 독특하고 개성이 넘칩니다. 그런 만큼 번역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저는 그런 도전을 즐깁니다. 제가 관심을 지니는 작품은 문체가 흥미로운 것들이에요. 정보를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지닌 문장을 선호하는 편이지요. 이번 방한 기간 중 한국 출판사들과 만나 다른 작가 및 작품들의 번역 출간 논의도 할 생각입니다.”

스미스는 “한국문학번역원 같은 기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한국인들이 노벨상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상은 상일 뿐이에요. 작가는 쓰고 독자는 그 작품을 즐기면 되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작가에게는 큰 보상이 되는 것이죠.”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