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생쥐로 회춘 실험 미국서 성공

이윤진이카루스 2010. 12. 1. 13:53

단독] 생쥐로 회춘 실험 美서 첫 성공

세계일보 | 입력 2010.12.01 02:55 | 수정 2010.12.01 09:01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경상

 

 




하버드 의대 암 연구소 개가… 염색체 노화막는 효소 활성화
인지기능 등서 기대이상 결과… 사람에 적용하려면 과제 산적


생쥐의 나이를 되돌리는 실험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80∼90세의 노인을 중년으로 되돌린 것에 맞먹는 효과다.

지난 29일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하버드의대 대너 파버 암 연구소는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쥐들의 '텔로머라아제'라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험의 핵심은 '텔로머라아제로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이는 것'.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달린 DNA를 말한다. 이 텔로미어는 마치 모자처럼 염색체를 감싸고 있어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의 중요한 정보가 소실되는 걸 막아준다. 하지만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면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고 노화는 빨라진다. 즉, 텔로미어가 짧다는 건 그만큼 늙었다는 뜻이다. 텔로미어의 축소를 막아주는 게 바로 텔로머라아제이다. 텔로머라아제는 텔로미어의 DNA를 복구하는 효소인데, 일반적인 세포에서는 텔로머라아제가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주목한 건 이 부분이다.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하면 텔로미어가 복구돼 노화를 막을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연구진은 텔로머라아제의 촉매 기능을 하는 TERT 유전자를 통해 텔로미어를 복구시켰다.





◇텔로머라아제 활성화 실험을 거친 쥐(왼쪽)와 그렇지 않은 쥐. 오른쪽 쥐는 회색빛이 돌고 듬성듬성 털이 빠져 있지만 왼쪽 쥐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ABC방송 화면 캡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초 실험에 참가한 쥐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처럼 뇌의 크기가 75%까지 줄고 뇌세포 생성이 중단된 상태였으며, 정자 수가 지극히 적고 비장과 창자가 수축돼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험 시작 4주 뒤 쥐의 뇌 크기는 100% 회복됐고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정자수도 크게 늘어 번식에 성공했다. 또 장기의 기능이 회복됐고, 회색빛의 털이 검게 변하기도 했다. 인지 능력도 향상됐다. 실험 후 쥐들은 위협적인 냄새가 나는 물체를 피해가는 능력을 되찾았다.

실험을 이끈 로널드 드피노 교수는 "이 실험을 시작했을 땐 노화가 지연되거나 잘해야 멈추는 정도를 예상했었다"며 "회춘은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텔로머라아제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텔로머라아제가 세포 안에서 계속 활성화되면 세포 증식이 끊임없이 일어나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 이번 실험의 대상이 된 쥐들은 심각한 노화상태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거쳤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노화한 쥐에 대한 실험도 필요하다고 드피노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