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폐쇄해야 하는 이유

‘최대 원전벨트’에 닥친 지진 공포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7. 7. 22:49

사회사회일반

‘최대 원전벨트’에 닥친 지진 공포

등록 :2016-07-06 20:29수정 :2016-07-06 22:30

‘울산 5.0 지진’에 힘얻는 탈핵 요구
증설 원전 합치면 16기 밀집
“한반도 예상 지진규모 7.5”
활성단층 많아 큰 지진 가능성
내진 기준 높이고 증설 철회를

5일 밤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의 진앙지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고리·신고리 원전 부지와 월성 원전 부지에서 50~6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어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한반도의 최대 예상 지진규모가 7.5에 이른다는 학계 연구도 있어 원전 안전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은 6일 “5일 오후 8시33분께 울산 동쪽 52㎞ 해역에서 일어난 규모 5.0의 지진은 깊이 10㎞ 지점의 주향(수평) 이동 단층이 1㎞ 깨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창국 지자연 지진재해연구실장은 “울산 앞바다는 상대적으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이번 지진이 특별한 조건이 있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헌철 지자연 지진연구센터장도 “큰 지진이 일어나려면 일정한 선 위에 작은 규모의 지진들이 반복돼야 하는데 이번 진앙지 주변의 지진 발생 패턴은 선상배열 형태를 보이지 않고 있어 더 큰 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가 7.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균 전남대 명예교수는 2001년 한반도 최대지진 규모를 7.14±0.34로 추산했으며,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2014년 예상 최대지진 규모를 7.45±0.04로 제시한 바 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변 지각판들이 동서 방향으로 미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태생적으로 활성단층이 많은 지역”이라며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어서 힘이 축적되는 기간이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긴 것이지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건설예정 원전까지 합하면 모두 16기가 집중돼 있는 부산·울산·경주지역에는 60여개의 활성단층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번 울산 지진의 진앙지는 가동 원전 6기와 방폐장이 위치한 월성원전과는 51㎞, 가동 원전 6기(고리1호기 포함)와 건설예정 4기가 밀집해 있는 고리·신고리원전과는 65㎞ 떨어져 있다. 6기 이상 집중된 원전 부지는 세계에서 11곳(6%)에 불과하며 한국의 모든 원전이 여기에 속해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한반도에서 지진 발생이 가장 잦고 활성단층이 가장 많이 분포한 지역의 원전 내진설계 기준이 규모 6.5~6.9에 맞춰져 있어 최대 예상 지진 규모 7.5에 비해 지진에너지로는 20~30배 낮은 크기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과학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지오사이언스 저널> 6월호에 신고리 인근의 일광단층이 부산 앞바다 활성단층과 연결돼 있는 대규모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석진 한국수력원자력 언론홍보팀장은 “원전의 내진설계 값은 원자로 부지 바로 아래 10㎞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견딜 수 있는 리히터 규모를 가정한 것이다. 원전 바로 아래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현재의 내진설계의 기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원전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정밀점검을 요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승인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계획 철회도 촉구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에 이어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을 하면서 활성단층대를 지진평가에서 배제하거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종훈·윤종오 무소속 국회의원도 공동 논평을 내어 “지질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활성단층인 ‘쓰시마-고토 단층’에서 발생했고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해양단층 정밀조사를 즉각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김규원 기자, 울산/신동명 김영동 기자 kylee@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