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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로 한-중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7. 9. 08:01

정치국방·북한

중국 버리고 ‘미 MD’ 편입…‘무역 보복’ 후폭풍 우려

등록 :2016-07-08 22:08수정 :2016-07-08 22:43

흔들리는 한-중관계
박 대통령 “북 위협 가중, 국민 안위보다 중요한건 없어”
중, 벌써 보복조처 들먹…일각선 “무작정 보복 힘들 것”
대북 제재 균열…한·미·일 맞서 북-중관계 강화 가능성

미군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요격 미사일이 시험발사되는 모습.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제공. 연합뉴스.
미군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요격 미사일이 시험발사되는 모습.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결정을 서두른 것은 최근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 등 안보 상황과 미국과의 관계 등을 두루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중 관계 악화를 대가로 치러야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사드 배치는 국민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국민 안위보다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북한이 최근 중거리미사일(IRBM)인 무수단의 시험발사를 5번 실패 끝에 성공하면서 태평양의 미군 괌기지 타격 능력을 선보이자 안보 위협을 심각하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서 보듯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보복에 나설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은 한국에 다양한 보복 수단을 갖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경제 보복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실제 중국에선 한국에 대한 보복 조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환구망> 인터뷰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사드 배치는 중-한 관계에 손해와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의 결정은 굉장히 안타까우며, 중국은 반드시 보복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찬룽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어느 정도 한국을 징벌해야 한다. 새로운 국면에서 중국은 구체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꼼꼼히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정치·외교적 문제로 외국에 경제 보복을 한 사례가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이후 희토류 수출 중단을 했고, 2010년 노르웨이가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연어 수입 금지 등 무역 보복을 했다. 한국도 2000년 한-중 ‘마늘파동’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지역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 처지에서 한국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중국도 강력한 경제 보복 카드를 쉽게 빼어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찬룽 교수가 경제 보복을 주문하면서도 “하지만 중-한 관계가 너무 멀어져선 안 된다. 한-미를 접근시키고 중-한을 소원하게 하려는 음모를 깨부수고 위협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것도 중국의 이런 전략적 입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중 관계 악화로 4차 북 핵실험 이후 더욱 강화돼온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에서 중국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최근 대북 제재 이행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는 등 과거와 달리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중 관계 악화는 중국의 대북 제재 의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가 중국에 북한의 몸값을 올리는 기능도 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로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드를 통해 한-미 간,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협력이 강화되면 중국으로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사드 배치로 훼손된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대북 제재보다 북-중 관계 강화를 통해 회복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