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20세기 원자물리학 발전의 기록 그리고 대화 / 부분과 전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19. 22:53

문화책과 생각

20세기 원자물리학 발전의 기록 그리고 대화

등록 :2016-08-18 19:22수정 :2016-08-18 19:46

 

잠깐 독서

부분과 전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서커스·1만6800원

미국 영화를 보면,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비밀 실험’을 계속해 뭔가를 발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경쟁의 시대이니, 아이디어를 도둑맞지 않으려면 꽁꽁 숨겨야 한다. 경쟁 상대와 대화하는 건 사치다.

그런데 ‘과학 고전’으로 원자물리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과 전체>에는 수많은 대화가 등장한다. 지도교수와 대화하고, 동학과 얘기를 나누고, 아인슈타인 등 다른 천재들과 토론한다. 책은 양자역학을 창시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76)의 학문적 자서전인데, 지은이는 자신의 학문적 성장이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고 했다. 따라서 책도 대부분 누군가와 나눈 대화로 채워져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책에서 자신을 비롯해 20세기 원자물리학의 개척자들이 어떻게 주요한 학문적 고비를 넘어섰는지 풀어썼다. 원자의 세계는 뉴턴역학의 개념과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기에, 존재와 인식을 둘러싼 철학적 대화가 이어진다. 어느 순간엔 철학책을 보는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 하이젠베르크가 예술(음악)이 아니라 물리학을 전공하기로 한 대목에선 당대의 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1·2차 대전 시기라는 점에서 과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접할 수 있다.

다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비롯해 현대 물리학의 지적 성과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탓에, 일반 독자들은 책의 완전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래도, 진지하고 우아한 지적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은 그런 장애를 넘을 수 있는 힘이 돼준다. 원저는 1969년 발간됐으며, 이번 책이 정식 한국어판이라고 한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