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핀란드 학생의 우수성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19. 22:28

사회교육

수업시간 가장 적은데 핀란드 학생 왜 우수할까

등록 :2016-08-18 20:34수정 :2016-08-18 21:40

 

핀란드·한국 둘다 PISA 성적은 상위권
핀란드 수업시간 적고 사교육도 없어
학교 간 성적 격차 핀란드 7%, 한국 30%
핀란드 교사는 ‘연구자’, 한국은 ‘공무원’

핀란드 헬싱키의 한 종합학교(한국의 초·중학교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핀란드 헬싱키의 한 종합학교(한국의 초·중학교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앉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핀란드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피사)’ 우등생이다. 2000년 처음으로 실시된 피사에서, 핀란드는 읽기에서 세계 1위를, 한국은 과학에서 1위를 했다. 수학에서 한국이 2위, 핀란드가 4위를 해 전체적으로는 한국이 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세계의 이목은 핀란드에 쏠렸다. 한국은 사교육비 부담이 높고 학생들이 고된 학습 노동을 하는 데 견줘 핀란드 학생들은 적은 학습 시간과 공교육만으로 일궈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 핀란드 중학교의 수업 시간은 연간 600여 시간으로 오이시디 평균(700여시간)보다 적고, 미국(1100여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사교육은 전혀 없다. 한국은 학교 수업시간은 핀란드 수준으로 낮지만, 실제 학생의 공부 시간은 사교육 때문에 훨씬 많다. 핀란드를 교육 강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한국의 초·중학교 단계에 해당하는 9년제 종합학교인 ‘페루스코울루’다. 핀란드는 원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생들을 인문계와 실업계로 나눠 교육하다 1972년 페루스코울루 체제를 도입하면서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지닌 학생들을 한 학교에서 가르쳤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별도로 선발하는 학교는 없다.

핀란드는 학교 간 성적 격차가 적다. 2009년 피사 결과를 보면, 읽기 영역에서 핀란드의 최고 성적 학교와 최저 성적 학교의 격차는 7%에 불과해 오이시디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은 30%, 오이시디 평균은 42%다. 핀란드 교육학자인 파시 살베리 교수는 저서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에서 “핀란드는 학교에서 사회 불평등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교사는 ‘공무원’ 정도로 치부되지만, 핀란드에선 교사를 ‘연구자’로 대우한다. 성기선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전 가톨릭대 교수)은 “상위 5% 안쪽에 있는 자원들이 몰리는 한국 교원의 질적 수준은 핀란드보다 더 높다”며 “하지만 입직한 이후 교사의 자율성이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완연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사회교육

“핀란드, 평등한 교육으로 학업성취도 높였다”

등록 :2016-08-18 19:38수정 :2016-08-18 21:39

핀란드 교육학자 파시 살베리 인터뷰
개인성과 중시 제도가 불평등 불러
핀란드, 수월성 교육 안해도 교육강국

휴대폰 사용 늘며 청소년 뇌 변화
정보이해·공감능력 크게 떨어져
눈 맞추고 대화하는 인성교육 중요

파시 살베리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교문화재단 제공
파시 살베리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교문화재단 제공

“전세계적인 교육개혁의 흐름이 학습의 결과나 개인의 성과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교육개혁 사례를 보면, 시스템적인 평등이 이뤄질 때 개인의 성과도 좋아집니다.”

핀란드의 저명한 교육행정가이자 교육학자인 파시 살베리(67·사진)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는 18일 “교육 불평등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그 원인이 학생 개인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교육제도에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살베리 교수는 핀란드 교육부에서 20년 이상 일한 교육관료 출신으로,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정책 고문을 지냈다. 핀란드는 수준별 반 편성이나 사립학교, 특목고 등의 수월성 교육 시스템 없이, 영재부터 학습부진아까지 모두 한 학교,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평등성을 추구하는 교육 시스템으로도 세계 최상위의 학업 성취도를 보여주는 교육 강국이다.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이 지향해야 할 교육제도의 모델로 핀란드를 소개한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에도 출연했다. 이날 대교문화재단이 개최한 ‘2016 글로벌 교육포럼’ 기조연사로 나선 그를 서울 관악구 대교타워에서 만났다.

살베리 교수는 “핀란드 교육에 대한 신화와 오해들이 있다”며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에서 “핀란드에는 숙제가 없다”고 소개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사실 핀란드 학생들도 숙제를 많이 한다”며 “숙제를 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숙제를 모두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평등’이라는 키워드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반면교사로 스웨덴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가장 평등한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던 스웨덴이 학생 개인의 성과를 강조하는 교육제도로 변화한 뒤 오히려 개인의 성과가 후퇴했다”고 말했다. 실제 스웨덴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피사) 성적은 수학(2000년 16위→2012년 38위)과 읽기(10위→36위) 영역 등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990년대부터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사립학교를 크게 늘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된 ‘알파고 시대’에 대비하는 학교 교육에 대해 그는 “학교에서만큼은 학생들이 최대한 기술을 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정보 이해·처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읽기 능력, 공감 능력을 더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베리 교수는 “보통의 청소년이 하루에 휴대폰 등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9시간에 이른다. 핀란드에서도 15살 남학생이 공원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청소년들의 뇌 구조가 변화해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며 국가교육과정에 코딩교육이나 소프트웨어교육과 같은 디지털 관련 교과목을 도입해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살베리 교수는 “무슨 기술이 새로 나올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며 “학교는 아이들이 ‘잠시만요, 페북 좀 확인할게요’ 하지 않고 교사와 50분 동안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도록 인문교육과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베리 교수는 “대다수 국가의 교육제도가 학생들이 잠재력과 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실패하면서, 상당한 인력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며 천연자원의 고갈 위기만큼 심각한 것이 ‘인력 자원의 위기’(HR crisis)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