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하여

서울대 누가 가느냐가 불평등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8. 25. 22:10

경제경제일반

“알파고 시대…서울대 누가 가느냐 논쟁으로 불평등 해법 못 찾는다”

등록 :2016-08-24 17:32수정 :2016-08-24 21:35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곤 한밭대 교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황영남 서울 영훈고 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곤 한밭대 교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황영남 서울 영훈고 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 사회의 교육 불평등 문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자녀가 좋은 대학에 더 많이 합격하는 대학입시 결과의 불평등으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대입제도 개선만으로는 교육 불평등을 완화할 수 없으며 진영 논리를 벗어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진보와 보수가 인식을 같이했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경제개혁연구소(이사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교육 불평등’을 주제로 연 합동토론회에서 보수 쪽 발제자인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교수는 “미래 인재를 위한 교육 혁신에 진영 논리는 없다”며 “어떤 교사에게 배우느냐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며, 우열반 편성이나 일제고사에 의한 학교 책무성 강화 정책 등은 학습 효과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보 쪽 토론자로 나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그동안 교육 불평등 문제는 명문대 입학의 불평등 문제 또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입시 성적의 격차로 축소되면서 수업이나 평가 방식, 엘리트주의적인 학교 문화 등 교육 내적인 요인으로는 논의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김 교수의 진단에 동의했다.

역시 진보 쪽 토론자로 나선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은 “주로 중산층의 관심사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진학 결과를 중심으로 교육 불평등이 논의되는 것은 이를 논의하는 사람들조차도 서민·노동자·저소득 계층에서 오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라며 “교육 불평등에 대한 교육학적인 최근의 이슈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의 불평등이나 교실에서의 참여 양극화 등 교실에서 벌어지는 불평등 문제로 넘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수 쪽 토론자들은 교육 불평등 문제가 교육 문제를 넘어 ‘알파고 시대’로 상징되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국가 경제 전략과도 밀접한 문제라는 점에서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영남 영훈고 교장은 “한국의 학교 체제는 나이가 같은 다수의 학생들이 같은 수준의 학습을 같은 속도로 같은 반에 모여 학습을 하는 산업사회 대량생산 체제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유아교육과)는 “록펠러, 포드 등 산업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이들과 달리 지식산업사회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은 공장이나 금광, 유전이 없이도 지식만 갖고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며 “‘일대다’ 방식의 현행 교육 체제는 지식산업사회에 맞는 ‘다대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보수가 대립하는 전통적인 주제인 ‘평준화’를 둘러싸고는 ‘진영’과 무관한 토론이 이뤄졌다. 보수 쪽 토론자인 황 교장이 “강북의 학부모가 강남의 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없도록 하는 평준화는 지역 불평등을 고착시킨다”며 평준화의 한계를 지적하자, 역시 보수 쪽 발제자인 김 교수는 “(나는) 평준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고교 입시가 없는 무시험 형태의 평준화 체제를 건드리기보다는 교육과정이 획일화되는 문제를 진보와 보수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하는 보수-진보 합동토론회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개혁을 모색하는 자리로 지난해 6월부터 매월 한 차례씩 열리고 있고, 이번 토론회가 열세 번째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