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의 2011년 해외출장에 동행했던 언론인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공개하고, 2009년 송 주필의 배우자가 대우조선해양 선박 명명식에서 직접 진수 버튼을 누르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의 비리 의혹을 매우 구체적으로 폭로한 인물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52·강원 춘천)입니다. 김 의원이 자료를 사정기관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아울러 이번 폭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프레임 전환용이라는 눈길이 많습니다. 특히 김진태 의원은 ‘친박 돌격대’라고 불릴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해 왔습니다. 그동안 김 의원이 걸어온 정치적 행보를 짚어보았습니다.
1. “박근혜 대통령 덕에 당선됐다”
김진태 의원은 검사 출신입니다. 서울대학교 법대 83학번으로 사법연수원 18기를 수료하고 검사로 임관한 뒤 법무연수원 기획과장,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을 거쳐 2009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변호사 생활을 하던 그는 2012년 현역인 허천 후보를 물리치고 고향인 강원도 춘천에서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을 받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는데요. 김 의원은 올해 4월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19대에선 박근혜 대통령 덕을 봐서 당선됐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은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습니다.
2012년 4월2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김진태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춘천/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 막말로 무장한 청와대 호위무사
초선 김진태 의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3년 4월25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자리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처음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이었지요. 당시, 여·야의 핵심 쟁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었습니다. 이날 김 의원은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규정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외부의 적은 적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습니다. (중략) 바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종북 성향 의원들이 그들입니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야당의 정치공세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수사 결과에 의하면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히려 이 사건은 야당에 의한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이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날 발언으로 ‘극우·보수의 아이돌’로 떠오른 김 의원은 정권과 코드가 맞는 막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그해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공소장을 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주임검사를 놓고 운동권이라며 ‘색깔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한겨레] ‘제자 검사’에게 ‘색깔론’ 비수 새누리당 의원
10월에는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채 전 총장과 (혼외아들을 낳았다는) 임모씨의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이유는 임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는 막말을 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채동욱-민주당 여성정치인, 부적절 관계”
▶“왜 그렇게 난리인지”…김진태 의원 또 ‘막말’
김진태 의원의 막말이 거듭될수록 그와 청와대의 거리는 좁혀졌던 것 같습니다. 2013년 10월 김 의원은 부친상을 당합니다. 그해 10월24일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춘천에 마련된 장례식장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조문을 왔다고 합니다. 정무수석의 조문이 관례이긴 하지만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11월2일~8일까지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에 특별수행원으로 발탁되는 ‘특전’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김 의원 정도로 튀어줘야 대통령 순방길에도 따라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집회’를 연 교민과 유학생들을 향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협박 발언을 해 또다시 입길에 올랐습니다.
▶김진태 “파리 시위자들, 대가 톡톡히 치르게 할 것”
3. 세월호 유가족에겐 잊히지 않는 이름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에게 김진태 의원은 잊히지 않는 대못입니다. 2014년 10월 김 의원은 광주고검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강원도 춘천 제 지역구에서,
헬기가 여기에 날아와서 추락하는 바람에 대원 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월호 수색, 이제는 좀 종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이제 정말 마무리할 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회적 비용을 이유로 세월호 선체 인양에 반대하기도 했었지요.
▶김진태 “돈 너무 많이 들어”…‘세월호 인양 포기’ 주장
2015년 경찰 물대포를 맞고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에 대해선 사고의 원인이 물대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농민 중태, 물대포 아닌 빨간 우비 남성이 덮쳤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김진태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4. 4차례 윤리특위 회부…국회 재입성
김진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모두 4차례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윤리특위에 제소된 국회의원이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10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는 총선을 앞둔 올해 3월 김 의원을 공천 부적격자 중 한명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강원도 춘천 지역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50.5%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45.9%)와 접전 끝에 당선됩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김진태 의원은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30일 김 의원은 자신이 폭로한 자료 출처에 대해 “청와대, 검경, 국정원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하수인 운운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들에게는 앞으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하며 박근혜 정부의 변화를 촉구한 <조선일보>에 맞서 청와대나 사정기관의 도움으로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정치적 경호원’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한 반박입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당에서도 목소리 내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새누리당에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김진태 의원의 ‘정치적 경호원’ 역할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김진태 “조선 송희영 비리자료 출처…청와대·검경·국정원 아니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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