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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당이 도운 상해임시정부를 공산당이 도왔다는 시진핑의 억지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10. 20:54

정치청와대

“음수사원” 꺼낸 시진핑 속내는…

등록 :2016-09-05 20:48수정 :2016-09-05 22:32

 

“항저우는 임정 활동지”
당시 중국정부의 지원 강조하며
사드 불만 우회적 표출

5일(현지시각) 오전 한-중 정상회담 장소인 중국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맞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웃지 않았다. 정상의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외교적 메시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 주석의 ‘무표정’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쪽 회담 참석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중국 쪽 참석자들과 박 대통령은 따로 인사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어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 중국 국민이 김구 선생을 보호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이 1996년 항저우 인근 하이옌을 찾아 ‘음수사원 한중우의(飮水思源 韓中友誼)’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소개했다.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항일 역사를 강조하고 ‘중국의 은혜’를 언급한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미래’를 강조하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사드 배치를 매개로 한-미-일 3국 공조가 강화되는 움직임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장면은 1년 전 양국관계와 비교하면 ‘낯선’ 모습이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국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중국의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를 전세계에 알리는 ‘항일·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열병식을 함께 지켜보며 새로운 한-중 관계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 이후 가장 많이 만난 정상도 시 주석(8회)이고, 대통령 당선자 시절 가장 먼저 특사를 보낸 곳도 중국이었다. 박 대통령의 ‘중국 공들이기’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도움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돼왔다. 실제로 두 정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핵 불용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고,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와 협력을 다짐했다.

하지만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이 박 대통령의 고강도 대북압박 요구에 거리를 두면서 한-중 정상 간의 균열이 예고됐다. 핵실험 뒤 박 대통령이 미·일 정상과 곧바로 전화통화해 대북 공조를 합의한 데 반해, 시 주석과는 한달여가 지나 전화통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최대 현안인 사드 배치와 관련해 평행선을 이어가, 양국의 관계 회복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항저우/최혜정 기자, 김외현 특파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