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찰하기

누가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나 / 경제평론가 이원재 / 한겨레신문

이윤진이카루스 2016. 9. 7. 06:01

사설.칼럼칼럼

[세상 읽기] 누가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나 / 이원재

등록 :2016-09-06 18:14수정 :2016-09-06 19:07

 

이원재
(재)여시재 기획이사, 경제평론가

“‘사회혁신’은 이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정부’라고 하면 느리고 경직된 관료주의가 먼저 떠오릅니다. 놀랍게도 사회혁신과 지방정부가 만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입니다.”

나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사회적기업과 투자 포럼’에 참석해 발표했다. 한국의 공유경제 성장 과정을 설명했고, 시민과 정부가 함께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생산 작업을 벌인 서울의 ‘원전 하나 줄이기’를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정책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발표했다.

청중은 귀를 쫑긋 세웠다. 주로 젊은 중국인들이었다. 주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사회적기업을 이끄는 기업가들이거나,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중국의 사회문제에 마음 아파하며 해결책을 찾는 이들이었다.

호응은 적지 않았다. 발표 뒤 다가와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도 많았다. ‘고도성장하는 중국의 지속가능성이 걱정이다.' ‘정부가 사회혁신에 관심을 갖고 시민사회와 대등하게 대화를 하다니, 정말 앞서가는 모델인 것 같다.’ ‘중국에서도 사회혁신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지고 성장하고 있다. 함께하자.’

중국의 오늘을 보자. 외형적으로는 그럴듯하다. 이미 경제 강국인데다 안보 강국 지위도 얻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도시화로 사람들의 삶은 서구화되고 빌딩은 높아져 간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도시마다 똑같이 생긴 수십층짜리 고층아파트가 가득 들어서고 있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가 100개가 넘는다. 인구 1천만 이상 도시가 이미 16개다. 얼마 지나지 않아 30~40개가 될 기세다. 서울보다 큰 도시가 중국에 30~40개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리고 그들이 모두 똑같이 고층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찬 모양이라면?

중국이 2011년부터 3년 동안 사용한 시멘트는 66억톤이다. 미국이 20세기 100년 동안 사용한 시멘트 양 44억톤보다 훨씬 많다. 중국 인구 대부분이 시멘트로 가득한 도시로 모이는 시대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멘트는 물론이고 바다의 물고기도 지상의 녹지도 에너지원도 깨끗한 공기도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이미 서구 자본주의가 저질러놓은 문제를 더욱 키우는 경로다.

어떻게 그런 일을 막을 수 있을까? 중국인 스스로 경로를 틀어야 한다. 서구 방식의 기존 성장지상주의가 중국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그 깨달음에는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필요하다. 누가 이런 자극을 줄 수 있을까? 가장 최근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속성장한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발표했던 사회혁신과 도시경영도, 사회적기업과 공유경제도 그런 기대에서 중국인의 눈길을 끌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한국이라면 고속성장이 가져온 물질주의의 폐해를 가장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의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창의적 교육의 필요성도 가장 절실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지속 불가능한 도시 모델의 문제점도 가장 적나라하게 지적해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가장 크게 느끼는 이들이 해법도 더 빨리 찾기 마련이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중국의 변화는 바로 세계의 변화가 될 것이다. 한국이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발전모델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그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중국인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