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아내의 도시락

이윤진이카루스 2011. 1. 10. 20:46

 

일본제 코끼리 보온도시락 통을 사서

회사원 아들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까닭은

조미료를 넣어 깔깔해지는 파는 음식 때문인데

딸도 도시락을 먹고부터 만성위염이 사라졌다.

 

아내는 5일 동안 연수를 받으며 자신의 도시락도 싸는데

보온도시락 통을 또 살 수 없어 맨 도시락 통과 함께

몸 덥히는 판촉물 보온물통에 먹을 온수를 담는다.

수강자들이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는데

아내의 도시락만 보온이 아닐 거다.

 

필요 없다는 늙어가는 아내의 뜻을 거스르며

내일은 도시락 파는 곳에 다녀올 생각인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청소아줌마들이 먹던

벌거숭이 도시락이 눈에 어린다.

 

 

후기: 2010년 말부터 시작된 한파는 2011년 1월 중순까지 계속되는데 요즘은 영하 10도를 밑돈다. 아내는 끝까지 고사했다.

 

'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과 밤  (0) 2011.01.18
삶의 그림자  (0) 2011.01.14
김치찌개  (0) 2011.01.08
이상주의자  (0) 2011.01.08
화음을 위하여  (0)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