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베르베르의 ‘개미’는 저리 가라
1993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3부작을 읽고 개미와 그들의 소통 수단 가운데 하나인 페로몬의 세계에 깊게 빠져들었다. 페로몬은 생화학 물질이다.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그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개미의 세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지구에 있는 개미는 최소한 1만2000종에 달하며 그들의 몸무게를 모두 합하면 72억5000만명에 달하는 인류의 무게와 맞먹는다. 세계는 넓고 개미는 많다.
그렇다면 개미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도감에는 몇 종류 나오지도 않으며 특별한 설명도 없다. 개미는 흰개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대신 벌과 같은 목(目)에 속한다는 정도만 실려 있다. 개미에 대한 과학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체가 소설이니 오죽하겠는가!
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이 나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 책의 부제는 ‘소설보다 재미있는 개미사회 이야기’다. 부제에서 말하는 소설의 작가는 아마도 베르베르일 것이다. 정말이다. 소설보다 재밌는 과학책이다. 이 책은 재밌기만 한 게 아니다. 한국 교양과학도서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정확히 ‘과학책’인 것이다. 과학과 대중의 소통에 관심 있는 과학자들은 그때까지 오로지 ‘과학의 대중화’만을 이야기했다. 어려운 과학을 단지 쉽게 설명하는 데 무진 애를 썼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 책은 ‘대중의 과학화’를 시도한 첫 번째 과학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과학에 쉽게 접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의 본령으로 대중 끌어올리기를 시도했고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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