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의 내 인생의 책]⑤ 과학콘서트 | 정재승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입력 : 2016.09.22 23:05:01 수정 : 2016.09.22 23:06:33
ㆍ일상으로 풀어낸 과학 ‘재치 만점’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법: “누구나 알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소재를 두세 개 골라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
생소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에는 웃지 않는다. 빤한 이야기는 재미없다. 익숙한 소재가 엉뚱하게 조합되고 편집될 때 흥미가 솟구치고 웃음이 터진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과학책이다. 나는 이 책을 유학 시절 잠시 귀국했을 때 구입했다. 마침내 첫 책 <달력과 권력>이 나왔을 때라 내 책에 대한 자부심이 넘칠 때였다. 그런데 <과학콘서트>를 일단 펼친 다음에는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한달음에 읽었다.
정재승은 서태지의 헤어스타일로 프랙털을 설명하더니 미로와 같은 백화점의 동선을 심리학으로 풀어주고 복잡한 도로에서 차선을 바꾸는 게 왜 손해인지 물리학으로 증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는 내가 일상적으로 겪는 것들이며 그것을 설명하는 과학 역시 이전에 들어봤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엮으니 재밌다.
이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꼽는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과학자가 있었다. 2001년에 나온 이 책은 우리나라 교양과학서의 수준을 바꾸었다. 한국 교양과학책은 <과학콘서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때부터 과학저술가들은 1차 저술, 즉 과학자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쓰는 논문을 대중을 위한 글쓰기 글감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소재의 출처를 마치 논문처럼 각 장에 표기해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공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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